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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일일극=복수극'?…'태양의 계절' 뻔한 전개→경쟁력 하락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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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2008년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은 일일극 사상 초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다. 이 드라마 덕분에 '막장드라마'라는 신조어까지 생겼고 김순옥 작가는 '히트작 메이커'가 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리메이크 드라마가 나올만큼 화제만발이었다.

'아내의 유혹'의 특이점은 다소 조악한 구성도 있지만 통쾌함을 선사하는 복수극이었다는 것에 있다. 그 전까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일일극에서,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복수가 등장했다는 것이 신선했다. 이 신선함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전개도 아랑곳하지 않을만큼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고 '아내의 유혹'을 드라마사에 남을 인기드라마로 만들어줬다.

문제는 '아내의 유혹' 이후 일일극들이 모조리 복수극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제작진도 바뀌고 배우도 바뀌지만 스토리는 바뀌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누가 더 강하게 복수를 하는가를 경쟁하는 분위기다.

지난 주 방송을 시작한 KBS2 일일극 '태양의 계절'도 이런 트렌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10일 방송분에서 극중 김유월(오창석)은 연인 윤시월(윤소이)이 재벌 3세인 양지그룹의 최광일(최성재)과 결혼을 하는 모습을 보고 본격적인 복수심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극중 김유월은 회계감사를 나갔던 양지그룹의 분식회계를 확인하고 양심선언을 하려던 찰나 주동자로 지목돼 큰 사고를 당했다. 양지그룹의 첫째사위이자 부회장인 최태준(최정우 분)이 그 배후로, 김유월은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들로 인해 윤시월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가 죽었다고 믿은 윤시월이 복수를 위해 최광일과 결혼하게 된 것. 김유월은 윤시월이 자신이 죽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이 같은 결혼을 하는 것을 오해하고 윤시월은 김유월이 살아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김유월의 복수극이 이 드라마의 주된 줄거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케 한다. 윤시월이 최광일과 결혼하는 것은 '아내의 유혹'에서 정교빈(변우민)이 신애리(김서형)와 결혼하는 에피소드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성별이 바뀌긴 했지만 기본 틀이 바뀌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KBS드라마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중 미니시리즈 '퍼퓸'과 '단, 하나의 사랑'은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인 2049 시청률이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주말극인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도 33%(이하 닐슨 코리아 집계·전국 기준)를 넘어서며 인기 순항중이다. 하지만 '태양의 계절'은 KBS2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10.5%로 반등하며 관계자들을 기대케했지만 7일 8.8%로 다시 떨어졌다.

물론 '태양의 계절' 뿐만 아니라 많은 일일극들이 이런 천편일률적인 공식에 따르는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일일드라마들은 뻔한 복수극을 계속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지상파 드라마들의 경쟁력이 하락세를 타는 것은 이런 안일한 제작관행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