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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분석]'포탄코트' 존재감 지운 '스무살' 김형준, NC '포수왕국'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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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그야말로 '포수 왕국'이다.

NC 다이노스에 안방마님이 흘러 넘치고 있다. 주전경쟁에 '스무살' 김형준이 깜짝 가세했기 때문이다.

NC 주전 포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125억원의 사나이' 양의지(32)다. 그러나 5월 중순부터 무릎 염증으로 포수 마스크를 끼는 시간이 줄었다. 이동욱 NC 감독은 "의지가 포수를 볼 때 앉고 일어나는 동작과 블로킹할 때 무릎이 좋지 않다고 해서 수비를 제외시키고 있다. 그러나 (무릎이)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배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양의지 대체자는 '외인'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였다. 16살이었던 2008년 포수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했던 베탄코트는 선수 생활 대부분을 포수로 했다. 지난해에도 599⅓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다. KBO리그에서 포수로 첫 선을 보인 건 지난달 15일 창원 SK 와이번스전이었다. 베탄코트의 안정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선발투수와의 배터리 호흡도 좋았고, 프레이밍과 수준급의 블로킹 능력도 보였다.

하지만 타격은 다른 얘기였다. 수비 포지션을 포수로 돌아서자 타격감이 뚝 떨어졌다. 5월 초 2할9푼까지 찍었던 타율은 어느 새 2할4푼까지 추락했다. 4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7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12타석 연속 무안타에 그치기도 했다. 시계를 지난달 30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되돌리면 22타수 1안타밖에 되지 않는다. 극심한 타격 부진이다. '포탄코트'라는 애칭을 부르던 팬도 돌아서서 비난하고 있다. 이 감독은 "베탄코트는 물론 다른 선수들도 타격이 부진한데 기다려야 한다. 조금씩 같이 살아나는 느낌이 있다. 반등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8일 KIA전에서 새로운 포수 카드를 꺼냈다. 프로 2년차 김형준이었다. 김형준은 올 시즌 등록과 말소가 두 차례씩 됐을 만큼 팀 내 3번째 포수였다. 존재감이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대수비 또는 대타 자원으로 활용됐다. 무엇보다 지난달 10일 두산 베어스전 악몽도 김형준을 괴롭혔다. 당시 김형준은 11-4로 앞선 9회 양의지 대신 포수로 대수비를 나섰는데 7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불펜 이우석 김진성 원종현이 와르르 무너지는 과정에서 김형준은 포수를 보고 있었다. 그래도 이 감독은 김형준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형준이의 수비력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 1군 스프링캠프도 같이 소화했고 능력 있는 선수다. 방망이도 좋다. 아직 경험이 부족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준은 8일 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공수에서 베테랑급 활약을 펼쳤다. 수비에선 선발 박진우를 잘 리드하며 KIA 타선을 봉쇄했다. 이날 박진우가 찍은 직구 최고구속은 139km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형준은 박진우의 장점을 살려내려고 노력했다. 김형준은 "진우 형의 볼이 좋아서 다양한 구종을 섞어 상대 타자들을 맞춰 잡은 것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타석에선 생애 첫 3안타 맹타를 과시했다. 다만 또 다시 9회 마무리 원종현이 KIA에 2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김형준은 "처음으로 3안타를 쳐서 기쁘다.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했지만 훈련 때부터 타격 컨디션은 괜찮았다. 이호준 최종범 타격코치님을 믿고 자신있게 친 것이 3안타 비결"이라고 했다. 이어 "항상 내가 나올 때마다 마지막에 점수를 줘서 아쉽다. 다음 경기에는 조금 더 공부를 해서 투수들이 마음껏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한 번의 값진 경험을 한 앳된 외모의 김형준, 그렇게 NC 주전포수로 도약하기 위한 잠재력 조금씩 드러냈다. 창원=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