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KT 강백호 선배를 가장 상대해보고 싶다."
지난해 10월. 롯데 자이언츠 1차 지명자로 팬들에게 첫 인사를 하기 위해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서준원은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준원은 "2017년 청룡기고교야구 1차전에서 강백호 선배에게 홈런을 맞았다"며 "다시 만난다면 몸쪽 직구를 던지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데뷔 첫 해 압도적 신인왕을 차지한 강백호였지만,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다. 서준원은 "마운드 위에선 선후배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 있게 던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선발 로테이션 합류 두 번째 등판에 나선 서준원과 강백호의 진검 승부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 전 서준원은 불펜에서 KT전에 3차례 구원 등판한 바 있다. 모두 강백호의 승리였다. 서준원은 4월 19일 강백호와의 첫 맞대결에서는 9회 2사 1, 3루에서 결승타를 얻어 맞으며 패전 투수가 됐다. 5월 8~9일 구원 등판에서도 강백호에게 모두 안타를 허용했다. 선발 등판으로 다시 만난 강백호와의 맞대결은 서준원에게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강백호는 이번에도 서준원을 압도했다. 1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선 강백호는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바깥쪽으로 향한 123㎞ 커브를 놓치지 않고 우월 솔로 홈런으로 만들었다. 두 번째 타석이었던 4회말에도 선두 타자로 나선 강백호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서준원에게는 앞선 세 경기에서의 악몽이 다시 떠오를 만했다.
1-1 동점이 된 6회말 2사후 서준원은 강백호와 다시 만났다. 1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강백호는 여전히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6개의 공을 모두 커트해내면서 서준원과 팽팽한 기 싸움을 펼쳤다. 힘차게 공을 뿌리던 서준원도 뭔가 안풀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10구째에 강백호의 배트가 돌았다. 결과는 중견수 플라이. 높게 뜬 공을 바라보던 서준원은 오른손을 치켜들면서 타구 방향을 표시했고, 중견수 민병헌이 포구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모습을 보자 손바닥으로 글러브를 치면서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꼭 넘고자 했던 1년 선배와의 맞대결에서 얻은 첫 승리였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