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벤투호가 다시 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호주와 평가전을 치른다. 2004년 독일전 이후 15년만에 A매치가 열리는 부산은 이미 A매치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티켓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됐다.
이번 경기는 9월 시작되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평가 시리즈다. 아쉽게 권창훈(디종)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벤투 감독은 최정예를 선발해 최종 점검에 나선다. 이번 호주전의 세가지 관전포인트를 살펴봤다.
▶'에이스' 손흥민, 호주전 뛸까
역시 최고 관심사는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출전 여부다. 손흥민은 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펼쳐진 리버풀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러시아월드컵부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까지 쉴 틈 없는 시즌을 보냈다. 3일 조용히 귀국한 손흥민은 4일 벤투호에 합류해, 5일 훈련을 시작했다.
빡빡한 스케줄이지만, 일단 벤투 감독은 호주전 출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벤투 감독은 3일 소집 기자회견에서 "소집된 선수들 모두 호주전 출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다"고 했다. 이 선택에 대해 팬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손흥민이 매듭을 지었다. 그는 5일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혹사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나는 행복하다. 몸상태도 괜찮다. 6월 A매치만 마치면 쉴 수 있다"고 했다.
매경기 베스트전력을 내보내는 벤투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출전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눈여겨 볼 대목은 손흥민의 포지션이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손흥민을 왼쪽 윙어, 혹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용했다. 지난 3월 A매치에서 변화를 줬다. 최전방으로 기용했다. 마무리에 집중한 손흥민은 벤투 감독 부임 후 A매치 첫 골을 넣었다. 벤투 감독은 최전방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위치에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은 공격 어느 자리에서도 뛸 수 있다. 그래서 각 경기마다 전략을 놓고 어떻게 쓸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최전방이 유력한 가운데, 권창훈이 빠진만큼 2선 활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흥민은 "어느 자리든 준비가 됐다. 감독님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주시는만큼 믿고 뛰면 된다"고 했다.
▶새 얼굴들, 벤투 눈도장 찍을까
벤투 감독은 이번 호주전을 앞두고 이정협(부산) 김태환 김보경(이상 울산) 손준호(전북), 4명의 새얼굴을 선발했다. K리그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다. 눈길을 끄는 이는 역시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과 '치타' 김태환이다. 벤투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해 "특징이나 능력에 대해 유의깊게 관찰하고 분석했다. 대표팀에서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정협의 가세로 최전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마무리에 능한 선수라면, 이정협은 활동량과 연계에서 장점을 보인다. 이러한 이정협의 장점은 손흥민이 스트라이커로 기용될 경우, 손흥민의 공격력을 살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극대화될 수 있다. 김태환은 이 용(전북)과 김문환(부산) 양강 체제로 굳어진 오른쪽 윙백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선수다. 빠른 발과 크로스 능력을 가진 김태환은 윙백의 공격력을 중시하는 벤투 감독 스타일에 맞는다. 김태환이 좋은 모습을 보일 경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진행될 수 있다.
새얼굴은 아니지만 백승호(지로나)의 활용 여부도 주목할만 하다. 백승호는 지난 3월 A매치에서 처음으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명단에 다시 백승호를 넣었다. 벤투 감독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있다. 중앙 미드필드 쪽에 일부 선수들이 이탈했기 때문에 이 포지션에서 새로운 선수를 찾아야 한다. 백승호는 대안 중 하나"라고 했다. 벤투 감독은 훈련 중 백승호를 여러차례 불러 개인지도를 할만큼 애정을 보이고 있다.
▶밀집수비 해법 찾을까
카타르월드컵 예선에 나서는 벤투호의 가장 큰 고민은 밀집수비 타파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9년 아시안컵에서 상대의 밀집수비에 대단히 고전한 바 있다. 4-2-3-1을 고집했던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에서 보다 공격적인 4-1-3-2 카드를 꺼냈다.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서다. 볼리비아, 콜롬비아를 상대로는 가능성을 보였다. 아시아팀들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다시 한번 체크해봐야 한다. 손흥민의 위치에 따라 다른 전술을 펼칠 수도 있다. 그게 어떤 전술일지라도, 중요 점검 포인트는 '공격'이다.
호주는 사실상 2진이 나선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매튜 레키, 톰 로기치, 마시모 루옹고, 트렌트 세인즈버리 등 유럽파들을 모두 제외하고, 국내파와 젊은 선수들로 엔트리를 채웠다. 수원에서 뛰는 아담 타가트와 유럽파인 아지즈 베히치, 매튜 저먼 등이 잘 알려진 선수들이다. 호주 입장에서는 새 얼굴을 찾기 위한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예가 나선 한국과 전력차가 큰 만큼 수비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월드컵 예선 내내 만날 밀집수비 해법을 찾는 것, 아시아 정상권인 호주를 만나는 한국축구가 꼭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