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완봉역투. 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이길 때도 질 때도 늘 덤덤한 사나이. 삼성 좌완 백정현(32)이다.
삼성이 선발 백정현의 인생투로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삼성은 6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애서 열린 NC와의 주중 홈 마지막 경기에서 6대0으로 승리했다. 개막전 1패 후 NC전 7연승. 지난달 7일~9일 대구 3연전 이후 NC전 2연속 3연전 스윕승이다.
승리의 주역은 벼랑 끝에서 마운드에 오른 'NC킬러' 백정현이었다. 최근 잇단 부진 속에 로테이션 탈락 위기에서 등판한 백정현은 인생 역투로 재신임에 성공했다. 9이닝 4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생애 첫 완봉승으로 시즌 2승째(6패)를 달성했다. 지난달 7일 NC전 이후 한달여만에 또 한번 NC를 상대로만 시즌 2승째를 신고했다.
백정현은 1회 선두타자 박민우를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하지만 후속 3타자를 처리하고 불안했던 첫 이닝을 마쳤다. 1회 부담을 털어내자 2회부터 백정현의 NC에 대한 좋은 기억과 자신감이 살아났다. 높았던 제구가 안정을 찾았다. 특히 우타자의 몸쪽, 좌타자의 바깥쪽 절묘한 제구로 5회까지 매 이닝 삼진 행진을 시작했다. 8회까지 95개를 던지며 4안타 무실점으로 봉쇄한 백정현은 8회말 팀이 4점을 추가해 6-0으로 앞서자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세 타자를 범타로 가볍게 처리하고 103구 만에 대망의 완봉승을 완성했다.
경기 후 백정현은 "그동안 늘 일찍 무너져 팀에 미안했다. 불펜을 쉴 수 있도록 길게 던진 부분이 만족스럽다"고 이야기 했다. 변화의 비결에 대해 그는 "오치아이 코치님과 기술적인 부분을 수정했다. 그동안 너무 컸던 팔스윙을 간결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구종보다는 제구가 더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로테이션 탈락 위기를 생애 첫 완봉으로 극복한 백정현은 "오늘 경기를 못 던지면 (로테이션) 탈락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내 공을 던지지 못하면 팀에 피해만 줄 뿐이다. 내 공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NC전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아직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더 완벽하게 만들어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차우찬(2010년7월18일 대구 LG전) 이후 무려 9년 만에 달성한 삼성 좌완투수의 완봉승. 영광의 주인공은 백정현이었다. 이날의 인생투가 백정현의 올시즌 제2막의 시작을 선사할 전망이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