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이 한때 동성애자였지만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 '치료됐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동성애를 병으로 치부해 성소수자를 비하했다는 것이다.
3일(현지 시각) 미국 CNN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의 필리핀 교포 지역 사회를 방문해 연설하던 중 자신의 정적인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이 게이(남성 동성애자)라고 비판하며 "나는 트릴라네스와 비슷했지만 스스로 치료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는 전 부인 엘리자베스 짐머맨과 생활할 때 내 자신이 약간 게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지금의 애인인 오니렛 아반세나를 만나 치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난 다시 남자가 됐다. 아름다운 여성들이 나를 치료했다"며 "이제 난 잘생긴 남성을 혐오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선호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73년 결혼한 전 부인 엘리자베스 짐머맨과 2000년 이혼한 후 25살 연하인 엘리토 허니렛 아반세나와 동거 중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사는 처음이 아니다. 2016년 8월 그는 필립 골드버그 주필리핀 미국 대사를 "게이 개XX(gay son of a bitch)"라고 폄하해 외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동성애에 대해 일관적이지 않은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2017년 3월 동성애 결혼을 반대한다고 했다가 입장을 번복했다. 당시 그는 "필리핀에서 동성애에 대한 핍박은 없을 것"이라며 "성소수자들이 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도쿄에서도 교민 여성들을 일으켜 세워 키스하는 것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CNN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가녀린 몸에 창백한 피부, 길고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4명의 여성을 불러 키스를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교민들 사이에서 기혼이거나 미성년자가 아닌 여성 4명을 불러 차례로 키스를 강요했으며 살바도르 파넬로 대변인에게 이 장면을 촬영하라고 지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국에서 열린 자국 교민행사에서도 필리핀 교민 여성에게 입을 맞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ABS, CBN 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필리핀 교민들과 만나는 행사를 열었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연설 말미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갑자기 "키스해주면 책을 한 권 선물하겠다"면서 "남자는 안 된다"고 말했고, 한 여성을 향해 "키스로 답례해야 한다. 입맞춤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물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연단으로 올라온 이 여성과 입맞춤을 했고,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이 책은 '필리핀 카톨릭 교회에서의 섹스, 정치, 돈'이라는 부제가 붙은 '비밀의 제단(Altar of Secrets)'이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입맞춤을 하기 전 여성에게 "싱글이냐"고 물었고, 이 여성은 "아니다. 결혼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후 참석자들에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한 것일 뿐"이라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장면은 TV를 통해 중계됐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송을 본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