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SK 투수 이케빈(27)이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를 떠나 감격의 선발 등판이었다.
이케빈은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2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65개로 많지 않았다. 이케빈은 리그 정상급의 키움 타선을 맞아 3회까지 비교적 잘 던졌다. 그러나 4회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결국 일찍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그래도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웠다. SK는 치열한 불펜 싸움 끝에 키움을 2대1로 꺾었다. 임시 선발 투수가 등판한 경기에서 얻은 값진 승리였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케빈은 2016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150㎞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면서 스카우트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구위 만큼은 확실했다. 삼성은 이케빈을 지명하면서 큰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삼성에서 단 한 번도 1군에서 등판하지 못했다. 최대 약점인 제구가 쉽게 잡히지 않았다.결국 2018시즌이 끝난 뒤 삼성에서 방출. 염경엽 SK 감독이 단장 시절부터 이케빈에 관심을 보였고, 테스트 끝에 SK 유니폼을 입었다.
첫 1군 등판 기회도 극적으로 찾아왔다. SK는 당초 4일 선발 등판이 예정돼있던 브록 다익손을 교체하기로 결정. 3일 헨리 소사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선발 투수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 SK는 이케빈을 대체 자원으로 낙점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염 감독은 "팀이 주는 기회다. 무언가를 바라기보다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시간이다. 원래 (윤)희상이를 생각했었는데, 재활이 길어지고 있다. 계획이 어긋났다. 따라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게 됐다"고 했다.
어쨌든 이케빈 개인으로선 감격의 선발 등판. 경기 초반 기대 이상으로 호투했다. 1회말 아웃카운트 2개를 침착하게 잡아냈다. 제리 샌즈에게 볼넷을 내준 뒤에는 박병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2회에는 삼진 1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3회 2사 후에 이정후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다. 이 때 날카롭게 뻗은 공이 이케빈의 오른 약지(네 번째 손가락)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투구에 지장이 없었다. 침착하게 김하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4회에 드러났다. 샌즈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이케빈은 박병호, 장영석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결국 SK는 투수를 박민호로 교체했다. 박민호는 김규민을 6-4-3 병살타로 막았고, 이케빈의 책임 주자 1명 만이 득점했다. 박민호는 실점을 최소화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에서 이케빈은 3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투심패스트볼(42개) 최고 구속은 147㎞로 위력적이었다. 여기에 구속에 변화를 주는 커브를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65구 중 볼이 35개로 더 많았다. 감격의 데뷔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많은 과제를 떠안았으나, 동시에 희망도 남겼다.고척=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