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낸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27)이 조용히 귀국했다. 물론 쉬러 온 것은 아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한 귀국이다. '벤투호'는 6월 7일과 11일에 각각 부산, 서울에서 호주, 이란과 평가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이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이 과연 어떤 형태로 출전하게 될 지, 나온다면 어느 정도 뛸 지, 또는 아예 경기에는 나가지 않고 팀 훈련만 하다 돌아갈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분명 손흥민에 대한 벤투 감독의 믿음과 기대감은 매우 크다. 벤투 감독은 지난 3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대표팀을 처음 소집했을 때부터 손흥민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다음 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손흥민은 능력면에서 늘 대표팀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활용가치가 높은 선수다. 포워드, 가짜 9번, 섀도 스트라이커, 측면 윙어 등 다 소화할 수 있다. 소속팀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마치 손흥민을 대표팀의 '승리 치트키'처럼 표현했다.
하지만 아무리 벤투 감독이라도 손흥민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막 꺼내기는 어려울 듯 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손흥민의 컨디션을 봐야 한다. 최근 손흥민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워낙 힘겨운 일정을 소화해왔다. 소속팀에서 마지막까지 리그 순위 경쟁을 펼쳤고, 또 유럽챔피언스리그의 힘겨운 경쟁을 뚫고 결승까지 치렀다. 더불어 지난해 러시아월드컵부터 올해 초 아시안컵, 그리고 지난 3월 평가전까지 대표팀 일정을 모조리 치러냈다. 시즌 중이었다면 집중력이 유지될 여지도 있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모든 리그 일정이 끝난 터라 그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올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벤투 감독도 손흥민의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미 벤투 감독은 손흥민이 챔스리그 결승 후 곧바로 귀국한 점을 감안해 다른 선수보다 하루 더 휴식을 주고 4일 밤에 합류토록 지시했다. 손흥민이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리길 바라는 의도다. 이어 벤투 감독은 "5일부터 25명이 전부 모이는데, 그때 훈련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평가전의 성격이다. 이번에 상대하는 호주와 이란은 한국이 상대전적에서 뒤지는 강팀들이다. 앞으로 큰 무대에서 또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스파링' 성격의 평가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반드시 이길 필요는 없다. 새로운 멤버를 가동하며 전술 변화를 시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미 손흥민은 '완전 검증'이 끝난 벤투호 핵심 전력이다. 더 이상 시험할 것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애써 귀국한 손흥민을 그냥 놀리기도 아쉽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아예 쉬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수 있다. 이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은 결국 5일 이후 대표팀이 '완전체'인 25명으로 훈련을 시작해봐야 알 수 있다. 과연 벤투 감독은 어떤 해답을 내놓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