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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과 '스피드 업'의 경계, V리그 감독들은 오히려 팬을 더 고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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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동계스포츠의 최고 인기 종목인 프로배구는 '공정성'과 '스피드 업'의 경계에 서 있다.

V리그에는 민감한 승부의 세계에서 억울함을 줄이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비디오판독이 국내 4대 프로 종목 중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V리그 비디오판독 시스템은 배구계로만 한정해도 선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상충되는 면이 없지 않다. 최근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스피드 업'이다. 스포츠 콘텐츠의 주인인 팬을 위해 종목의 정통성까지 뒤흔들 정도로 경기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혈안이다. 다만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경기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기 마련이다.

4일 강원도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서 열린 2019년 한국배구연맹(KOVO) 통합워크숍에서 '공정성'과 '스피드 업'을 위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비디오판독이 도마에 올랐다. 판정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남녀부 13개 팀 사령탑을 비롯해 KOVO 전문위원, 심판, 방송 등 배구담당 언론인들이 비디오판독 제도 운영의 극대화를 위해 논의했다.

현행 비디오판독은 세트당 1회, 오심 또는 판독불가시 추가 1회로 세트당 최대 2회까지 요청할 수 있다. 쟁점은 공정성이 더 부여되기 위해선 한팀에서 최대 10차례까지 요청할 수 있는 비디오판독 횟수가 더 늘어나도 되냐는 것이었다.

오심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심판들은 공정성을 위해 비디오판독 오심시 기회를 계속 부여하자는 의견을 냈다. 최재효 심판은 "횟수를 늘리더라도 팬-팀-심판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장 감독들의 생각은 달랐다. '스피드 업'을 외쳤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을 비롯해 권순찬 KB손해보험감독,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등 대부분의 감독들이 현행유지를 주장했다. 최 감독은 "2년 전 비디오판독 횟수를 줄이자고 해서 줄였는데 다시 늘린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강력하게 어필했다. 장 감독 역시 "스피드 업이 중요하다"고 외쳤다.

팬에게 단순화한 규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감독들도 있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팬에게 혼란을 야기하면 안된다.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단순하게 정심이든 오심이든 무조건 2회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 결과는 감독들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사견을 밝혔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역시 "세트 초반에 비디오판독 상황이 나와 정심이 나오면 세트 후반에 또 쓰게 될 상황이 펼쳐지는데 조건 없이 세트당 2회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판독불가시 추가 1회를 부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국제배구연맹(FIVB) 제도에 맞춰 세트당 2회, 오심시 횟수를 유지하고 주심도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며 다른 시각을 보였다.

결국 감독들은 팬을 먼저 생각했다. 이미 팬은 프로배구의 비디오판독 시스템에 익숙해 있고 인식돼 있는데 제도를 복잡하게 바꿔놓으면 오히려 종목 인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 방송사 PD는 "방송관계자들보다 감독님들이 더 '스피드 업'을 생각하고 팬 취향을 고려하는 것에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춘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