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 초연에서 화제를 모았던 연극 '비너스 인 퍼(Venus in Fur)'가 7월 24일(수)부터 8월 18일(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재연을 올린다.
'비너스 인 퍼'는 권력이 갖는 힘을 에로틱하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낸 2인극으로,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고통받음으로써 성적 만족을 느끼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마조히즘'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오스트리아 작가 자허마조흐의 동명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데이빗 아이브스가 각색하고, 뮤지컬 '시카고'의 연출 겸 안무가 월터 바비가 참여해 2010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비너스 인 퍼'는 '연출'과 '배우'라는 극 중 캐릭터들이 각자의 권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오디션장'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려는 모습을 세련되고, 섹시하게, 그리고 코믹하지만 어두운 모습으로 그려낸다.
마조히즘을 모티브로 쓰인 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새로운 연극의 여주인공을 찾는 오디션장. 오디션이 종료된 후, 참가한 모든 배우의 부적절성에 대한 불만을 전화로 이야기하고 있는 토마스 앞에 난데없이 오디션을 보겠다고 벤다가 나타난다. 토마스는 자신이 싫어하는 '배우의 습성'을 모두 가진 것으로 보이는 벤다를 보고 오디션장을 그냥 떠나려고 한다. 벤다는 토마스를 어르고 달래고 유혹하지만 토마스가 꿈쩍하지 않자 비굴한 모습까지 보이며 그를 붙잡는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시작된 그들만의 오디션. 오디션이 시작되는 순간, 완벽하게 여주인공의 모습으로 변하는 벤다를 보며 토마스는 그녀에게 장악 당하고, 그들 사이의 힘의 균형은 그의 소설처럼 완전히 뒤바뀐다.
기본적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극중극의 형태로 '연출과 배우'는 대본 속 근대시대 캐릭터 '쿠
스키와 두나예브',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 '비너스'를 절묘하게 뒤섞어 연기하며 권력의 힘에 따라 변하는 그들 각자의 모습을 에로틱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고대, 근대, 현대를 오가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극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멍청한 배우를 극도로 싫어하고, 배우들에게 모욕감을 줌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주장하는 새디스틱한 연출가 '토마스' 역에 베테랑 김태한과 '믿고 보는 배우' 김대종이 나선다. 당찬 배우 '벤다' 역에는 초연에서 완벽한 '벤다'를 연기한 이경미와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며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임강희가 캐스팅됐다. 달컴퍼니 제작.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