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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이터' SK 소사, 그의 기량은 여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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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가 지난해 헨리 소사(35)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우선 소사가 KBO리그에서 다시 뛰는 걸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는 게 LG의 재계약 방침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떠난 걸 확인했다는 이야기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선수에 적용되는 세율이 40%로 늘어 소사로서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KBO리그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LG는 소사를 일단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킬 수는 있었다. 그러나 LG는 미리 점찍어둔 새 외인 투수 케이시 켈리와의 계약을 먼저 진행하면서 타일러 윌슨 또는 소사 가운데 한 명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윌슨과의 재계약 방침을 선택한 것이다. LG 차명석 단장은 당시 윌슨보다는 30대 중반을 넘어선 소사의 기량을 확신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어쨌든 LG가 소사를 포기하면서 이후 그가 다시 KBO리그 마운드를 밟을 수 있을 지는 늘 관심을 받았다. 소사는 메이저리그로부터 이렇다 할 제안을 받지 못해 결국 올해 대만리그에서 뛰게 됐다. 대만에서 외국인 선수 연봉 수준은 특급 선수라고 해봐야 20만달러 안팎이다. 금전적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한국을 떠났는데, 결국 금전적으로 이득을 본 건 없었다.

SK 와이번스는 그런 소사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롯데 자이언츠가 먼저 소사의 한국행 의사를 타진하며 작업에 나섰지만, 그는 구애 의사를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긴 SK를 선택했다. 계약 조건은 남은 6개월 간 총액 52만달러다. 10개월 연봉으로 치면 87만달러 정도 된다.

그렇다면 소사는 SK가 기대하는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까. SK 염경엽 감독은 2014년 히어로즈 감독 시절 시즌 중반 소사 영입을 주도했었다. 당시 염 감독은 소사가 KIA 타이거즈에서 2년간 보여준 150㎞를 웃도는 빠른 공과 건강한 몸ㅍ상태, 그리고 이닝을 끌고 가는 능력을 높이 샀다. 이번에도 소사를 데려온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브록 다익손이 보여주지 못했던 이닝 소화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다.

소사는 올시즌 대만리그에서 12경기에 등판해 8승2패, 평균자책점 1.56을 기록했다. 86⅔ 동안 삼진은 85개를 잡아냈다. 대만리그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선두였다. 구위에 관해서는 걱정할 게 없다는 것이 SK의 판단이다. 이닝 소화능력도 선발 평균 '7.2이닝'이라는 수치가 말해준다. 소사는 KBO리그에서 7년간 194경기 가운데 190경기에 선발로 나가 평균 6.24이닝을 던졌고, 마지막 시즌인 2018년에는 6.72이닝을 소화했다. 대만리그 수준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소사의 이닝 소화능력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사에게도 세월은 흘렀다. 지난해 LG에서 시즌 후반기 급격한 기량 저하를 겪었다. 평균자책점이 3~6월 2.59였고, 7월 이후 10경기에서는 5.26이었다. 게다가 시즌 막판 고관절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SK는 대만리그에서 3개월 동안 건강하게 던졌다는 점, 여전히 빠른 공을 주무기로 삼는다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만일 KBO리그에 재입성하게 된 그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SK는 김광현, 앙헬 산체스와 함께 강력한 1~3선발을 구축하게 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