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덱 맥과이어, 그는 끝까지 '쿨가이'였다.
맥과이어는 '착한 용병'이다. 사람들에게 늘 친절하고 밝고 대한다. 덕아웃에서 이야기도 끊임 없이 할 정도로 사교성도 좋다.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도 맥과이어가 주로 말하는 편, 헤일리와 러프는 듣는 편이다.
경기 중에도 나이스 하긴 마찬가지다. 사구를 맞힌 타자에게 모자를 벗고 깍듯하게 한국식 인사를 한다. 동료가 실책을 범해도 얼굴 한번 찡그리는 법이 없다.
그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상대를 배려했다.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 간 시즌 8차전. 2만여명의 관중이 들어찬 주말 클래식시리즈 답게 5회까지 경기는 0-0으로 팽팽했다. 맥과이어는 롯데 고졸 특급 서준원과 양보 없는 투수전을 펼쳤다.
0의 균형은 6회말에 깨졌다. 타구 하나에 상황이 급변했다. 선두 타자 아수아헤의 직선타에 맥과이어가 쓰러졌다. 몸을 돌려 피하다 오른쪽 팔꿈치를 강타당했다. 뼈에 맞고 크게 튄 공이 유격수까지 갈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맥과이어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 앉아 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놀란 관계자들이 마운드 위로 달려왔다. 상태를 체크했다. 일어선 맥과이어는 통증을 애써 참으려고 노력했다. 처음에 "심각한 통증이 아니"라며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심호흡을 하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벤치는 선수보호 차원에서 맥과이어를 내렸다. 승리보다 선수 보호가 우선이었다.
마운드를 떠나 3루측 덕아웃을 향해 출발하려던 그 찰라, 그는 잠시 돌아섰다. 1루 쪽에는 본의 아니게 자신을 '저격한' 아수아헤가 헬멧을 벗고 잔뜩 걱정어린 표정으로 미안함을 온 몸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맥과이어는 1루에 있는 아수아헤를 향해 괜찮다는 듯 왼손 엄지를 치켜세웠다가 '걱정하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5이닝 2안타의 눈부신 호투가 불의의 사고로 지워진데다, 부상 후유증도 걱정스러운 최악의 순간. 그는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한 셈이다. '대인배' 맥과이어. 그는 진정한 굿 맨이었다.
맥과이어의 갑작스런 강판으로 몸이 덜 풀린 채 마운드에 오른 최채흥이 연속 5안타를 내주며 삼성은 2대5로 패했다. 5회까지 1안타 무실점 역투를 펼쳤던 맥과이어는 결국 시즌 4패째를 안아야 했다.
최악의 하루, 하지만 맥과이어의 품격만은 남았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