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3관왕? 앞서는 말은 삼가고 싶다."
서보원 경주한수원 감독은 겸손했다. 서 감독과 경주한수원이 또 한번 웃었다. 경주한수원은 2일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열린 강릉시청과의 2019년 교보생명 내셔널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전반 15분 주한성과 후반 20분 조규승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0으로 이겼다. 경주한수원은 2008, 2014년에 이어 세번째로 내셔널선수권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대전코레일과 함께 최다 우승팀이 됐다. 서 감독은 "지도자로 우승은 10번을 하든, 100번을 하든 늘 하고 싶은 것이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리그에서 다소 부진하던 경주한수원은 내셔널선수권을 앞두고 상승곡선을 그렸다. 서 감독은 "리그 초반에 운이 없었다는 것은 다 핑계다. 3위까지 올라가면서 선수들이 살아나는데 보였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내셔널선수권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조별리그를 다소 어렵게 통과한 경주한수원은 4강에서 '토너먼트의 강자' 대전코레일을 2대0으로 완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서 감독은 "대전코레일전에서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우승을 예감했다"고 했다. 결승전에서도 완벽한 경기력을 펼치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최근 내셔널리그는 경주한수원 천하다. 좋은 경기를 하고도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경주한수원은 지난 2년간 내셔널리그가 품을 수 있는 모든 우승컵을 가졌다.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2018년 전국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내셔널선수권을 올해 거머쥐었다. 2018년 여름 서 감독이 부임한 이래 참가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서 감독은 "축구가 발로 하는 운동이라 꼭 실력만 갖고 되는게 아니다. 운도 따라야 한다. 계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경주한수원은 꼭 우승하는 팀, 이겨야 하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부담스러웠다. 잘 이겨내야 하는게 내 숙명인 것 같다"고 했다.
경주한수원은 리그에서도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다. 서 감독은 "나름 작년과 큰 변화는 없는데 선두를 달리는 강릉시청이 워낙 잘하고 있다. 작년처럼 독주를 했다면 방심할 수 있는데 오히려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따라가고 있다. 휴식기에도 안주하지 않고 선수보강 등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경주한수원은 내셔널리그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트레블(리그, 내셔널선수권, 전국체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서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몇몇 구단에서 '경주한수원이 3관왕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더라. 나는 그 말에 큰 자극을 받았다. 쉽게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팀들의 결말은 꼭 좋지 않더라. 나는 겸손하게 눈 앞에 있는 대회만 생각하겠다. 앞서가는 말은 삼가고 싶다"고 웃었다.
한편, 올 해 처음으로 서귀포시에서 열린 내셔널선수권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매경기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교보생명과 제주도 서귀포시의 후원을 통해 개최된 이번 대회에서는 다양한 CSR 사업도 진행됐다. 신성델타테크 후원을 통한 '사랑의 골' 이벤트, 서귀포 지역 꿈나무들을 위한 유소년 축구클리닉이 진행됐다. 또한 입장료 유료화를 통한 입장 수입 130만원과 '사랑의 골' 이벤트 모금액(34골·170만원)과 함께 300만원, 전액 지역사회에 기부됐다.
서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19년 교보생명 내셔널축구선수권대회 시상내역
우승=경주한수원
준우승=강릉시청
3위=대전코레일, 부산교통공사
페어플레이 단체상=경주한수원
페어플레이 선수상=이중서(강릉시청)
수비상=김동권(경주한수원)
GK상=김태홍(경주한수원)
도움상=박성찬(부산교통공사)
득점상=김종민(강릉시청)
지도자상=서보원 감독, 김인완 코치(경주한수원)
MVP=이우진(경주한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