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장신 공격수' 오세훈(1m93)을 향한 믿음이 득점포로 결실을 맺었다.
오세훈은 2019년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U-20) 대표팀에 출전한 '리틀 태극전사' 중 높이가 가장 좋다. 유럽, 남미 등 타대륙 선수들과의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파워도 갖추고 있어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약점은 있다. 바로 스피드다. 높이가 좋은 대신 발은 다소 느리다.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 4월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진행할 때였다. 당시 정정용 감독은 선수들의 순간 스피드를 측정하기 위해 단거리 스프린트를 진행했다.
선수단 대부분이 3초대에서 테스트를 마무리했다. 다만, 오세훈은 예외였다. 그는 선수단 중 유일하게 4초대를 찍었다. 당황한 오세훈은 정 감독을 향해 "한 번 더 달리고 싶다"고 요청했다. 정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회를 줬다.
이를 악물고 달린 오세훈은 3초대를 찍으며 테스트를 마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은 오세훈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정 감독도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 단순히 스피드가 빨라진 것 때문만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도전한 정신력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오세훈이 발은 다소 느리지만, 높이가 있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구성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피드는 다소 부족하지만, 높이에서 우위를 보인 오세훈. 그는 '영원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자신의 장점을 120% 발휘했다.
정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폴란드 티히의 티히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르헨티나와의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오세훈이 있다. 오세훈은 이강인과 함께 투톱으로 발을 맞췄다. 최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며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 몇 차례 넘어지기도 했지만, 결코 물러서지는 않았다.
호시탐탐 골을 노리던 오세훈은 전반 42분 '0'의 균형을 깨는 선제골을 꽂아 넣었다. 그는 이강인이 올린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하며 한국의 16강행에 힘을 불어넣었다.
경기 뒤 오세훈은 "이강인의 크로스가 날아올 때 그냥 무작정 머리로 박았다. 되든 안되는 (머리로) 박아보려고 했다. 골을 넣었지만 경기가 끝난 게 아니라 죽어라 뛰었다. 득점은 내가 했지만 모두 잘해줘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다음 상대는 일본이다. 오세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체력을 많이 키우면서 기술적인 부분도 같이 준비했다. 죽어라 뛰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뛰도록 준비했다. 일본과 16강전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죽어라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