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출발점의 사소한 차이가 도착점의 큰 차이를 낳는다.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vs 삼성전. 1982년 창단 이후 한번도 이름이 바뀌지 않은 유이한 두 팀. 그래서 생긴 이름 '클래식 시리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마케팅 보다 승부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두 팀 모두 축제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홈팀 롯데는 창원 NC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가져오며 탈꼴찌를 위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도 공동 6위로 상위권 도약을 꿈꾸고 있던 상황. 이날 경기 전까지 3승3패로 호각세였던 두 팀에게 '양보'란 단어는 없었다.
롯데 김건국과 삼성 백정현의 선발 맞대결. 초반 흐름이 중요했다. 양 팀 타자들의 상반됐던 집중력이 결국 승부를 갈랐다. 상대 선발 투수의 상황이 극과극으로 갈렸다.
롯데 타선은 초반부터 삼성 선발 백정현을 강하게 압박했다. 1회 1사후 아수아헤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주자의 스킵에 폭투가 나왔고 그 틈을 타 단숨에 3루를 밟았다. 손아섭이 또 한번 불리한 볼카운트를 딛고 볼넷을 골랐다. 1사 2,3루. 이대호가 2B1S의 배팅 찬스에서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진 1사 1,3루. 타격감이 좋은 전준우가 초구부터 배트를 돌렸지만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투아웃. 추가 득점 찬스가 무산되는듯 했으나 오윤석이 중전적시타로 기어이 추가점을 뽑았다. 2-0.
2회말 1사 후 민병헌의 승부수가 빛났다. 볼 2개를 골라낸 그는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올 패스트볼을 예상하고 배트를 힘껏 돌렸다. "볼카운트가 유리해서 시원하게 돌려봤다"고 했던 노림수의 승리였다. 135㎞의 패스트볼이 배트 중심에 제대로 걸렸다. 작심하고 돌린 배트에 걸린 공은 120m를 날아 사직구장 외야 상단에 떨어졌다. 민병헌의 이 한방에 2이닝 3실점 한 백정현은 결국 3회 김대우와 교체됐다.
반면, 삼성 타선은 초반 살짝 불안했던 롯데 선발 김건국의 기를 살려줬다. 1회 톱타자 박해민이 안타로 출루했지만 땅볼 2개가 잇달아 나오면서 결국 병살로 간단히 이닝이 종료됐다. 2회가 더욱 아쉬웠다. 선두 러프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5번 이학주는 3B1S에서 몸쪽으로 제구된 패스트볼에 배트를 내밀었다. 빗맞은 파울볼. 무사 1루에 살짝 흔들리던 김건국의 제구력과, 타자 카운트에 가운데 몰린 공이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살짝 아쉬운 적극성이었다. 이학주는 결국 풀카운트에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유인구 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 순간 스타트를 끊은 러프마저 2루에서 태그 아웃되고 말았다. 주자가 모두 사라지는 순간, 초반 승부의 분수령이자,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었다.
경기 초반 최대 위기를 넘긴 김건국은 이후 불끈 힘을 냈다. 승승장구 하며 5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 사이 점수 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초반 타선의 집중력 차이가 큰 결과 차이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