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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놀라운 데뷔작"…'미성년' 우리가 몰랐던 김윤석의 세 가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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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우리가 몰랐던 김윤석의 새로운 모습. 영화 '미성년'에 모두 녹아있다.

김윤석의 첫 연출 데뷔작 '미성년'이 개봉 첫날인 11일 2만361명을 동원해 3위로 스타트를 끊었다. 2위를 차지한 '헬보이'(닐 마샬 감독)와는 불과 4800여명 차이. 첫날 실관람객들로부터 호평이 쏟아지고 있어 주말 뿐 아니라 앞으로 흥행 성적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윤석에 앞서 많은 박중훈, 하정우, 구혜선, 문소리 등 많은 스타들이 연출에 도전했지만 지난 해 단편 영화 세 개를 엮어 만든 옴니버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선보인 문소리를 제외하고는 흥행은 물론 비평면에서도 상처뿐인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김윤석은 전혀 다른 모양새다. 언론시사회 이후 언론가 평단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 특히 그동안 '배우 김윤석'이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과 결이 놀라움을 자아낸다는 평이 줄을 잇고 잇다.

▶소박함

명실상부 충무로를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인 김윤석. 그만큼 그는 막대한 제작비와 큰 이야기를 담아낸 블록버스터나 장르 영화 통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김윤석은 블록버스터 시나리오가 쏟아지는 와중에서도 '완득이', '남쪽으로 튀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 중소규모의 영화들에 꾸준히 출연하며 '이야기'의 힘을 믿어왔다.

그렇기에 그가 자신의 첫 연출작을 강렬한 장르 영화가 아닌, 어찌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와 감정선에 집중한 '미성년'으로 택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미성년'은 자극적으로 풀어갈 수도 있는 소재인 불륜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사건 자체가 아닌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감정과 내면에 더욱 집중한다. 부피를 키우는 대신에 깊이에 집중한 것. 때문에 관객은 주인공 모두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김윤석은 영화의 중심이 되는 두 10대 소년을 맡은 배우를 얼굴이 잘 알려진 젊은 스타 배우들이 아닌,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선하고 새로운 신예 김혜준과 박세진 택하는 과감한 시도로 관객에게 사실감과 몰입감을 높였다. 이에 대해 김윤석은 인터뷰를 통해 "연기력이 검증된 20대 초반의 배우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배우분들은 이미 대학에 진학하셨다는 기사까지 나왔기 때문에 그들이 고등학생 역을 맡으면 몰입이 힘들 거라 생각했다. 또한 그분들이 학생연기를 맡으면 '또 학생역이야?'라는 선입견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관객의 시선에서 보자마자 학생이라고 느낄 수 있을만한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섬세함

'미성년'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가 가진 섬세한 결이다. 엄중호 형사, 아귀, 면가 민정학, 박처장 등 지금까지 영화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고 강렬한 마초적인 캐릭터로 인해 센 이미지가 강했던 김윤석이 연출한 영화라는게 믿기 어려울 정도다.

'미성년'의 섬세함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다섯 명의 중심인물 중 네 명이 여성 캐릭터이고 그 중에서도 더 큰 중심을 잡아주는 두 명이 인물이 예민한 10대 소녀라는 데에서 비롯된다. 평범한 가정에서 아무 고생없이 자라 철부지처럼 보일 수 있는 주리(김혜준)가 문제에 맞서 가장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겉으로는 날서고 거칠어 보이지만 내면에는 여린 마음과 상처를 안고 있는 윤아(박세진)의 모습은 10대 여고생 시절을 보낸 관객이라며 모두들 공감할 수 있는 면들이다. 또한 불륜의 상대가 된 여성 미희(김소진)와,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을 보는 아내 영주(염정아) 등의 캐릭터 역시 도식적이고 기능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많이 개선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오랫동안 한국 영화는 여성 캐릭터의 도구적인 사용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는데, '미성년'은 그런 영화들에 귀감이 될 법한 '올바른 여성 캐릭터의 사용법'을 보여준다.

김윤석은 개봉에 앞서 성공적인 여성 서사를 보여준 것에 대해 "사실 난 집에 가면 혼자 남성이다. 아내와 딸들. 우리집 강아지도 여성이다. 네 명의 여성과 늘 살고 있다"며 "다만 연출자로서 남성으로서 어쩔 수 없이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그런건 언제나 주변에 물어보려고 했다. 공동작가고 편집기자도 모두 여성이었다. 그들에게 도움을 많이 보고 의견을 많이 들으려 했다"고 전했다.

▶유머

두 가족에게 벌어진, 어찌보면 비극같은 일을 다루면서도 영화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오버스럽고 자극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자아내는 강작적인 유머가 아닌, 상황의 아이러니와 캐릭터의 성격을 살린 자연스러운 유머가 '상업 영화'로서 '미성년'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대부분의 코미디 장면이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아빠 대원 역의 김윤석으로부터 나오는데, 앞서 강렬하고 센 캐릭터를 통해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김윤석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대책없이 눈 앞의 상황만 모면하기 위해 회피하고 외면하고 도망치는 대원의 모습은 지질하다 못해 어이가 없어 관객의 실소를 자아낸다. 그럼에도 대원이라는 캐릭터를 무조건적으로 희화화 시키지도 않는 균형감을 보여준다.

김윤석은 언론시사회에서 '미성년' 속 유머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코미디의 형식"이라며 "캐릭터가 희화화돼서 웃기는 것 보다는 상황이 주는 아이러니에서 나오는 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한다. 영화 속 빛나고 튀는 멋진 대사의 70% 이상은 공동 집필해주신 이보람 작가님의 공이 크다. 모르고 미흡할 때는 항상 자문을 구했다. 다만, 작가님은 희곡 작가이기 때문에 시나리오의 영상적인 장면 구성은 제가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