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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발 아닌 손색없는 '1선발' 류현진, 20승 희망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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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가 시범경기를 치르는 동안 류현진은 개막전 선발 후보 4순위였다.

부동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스프링캠프 초반 어깨 부상을 입었음에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커쇼는 몸 상태가 매일 좋아지고 있다. 개막전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며 '집착'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시범경기 막판 커쇼의 실전 등판이 어렵다고 판단한 로버츠 감독은 뒤늦게 개막전 선발투수에 대해 "달력을 보니 커쇼는 개막전에 힘들다. 다른 투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마음 속으로는 류현진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로버츠 감독은 개막전 선발투수 후보로 리치 힐을 직접 언급했다. 현지 언론은 지난 3년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힐과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받는 워커 뷸러가 커쇼를 대신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지만, 로버츠 감독은 결국 시범경기에서 호투를 거듭한 류현진을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 5차례 등판해 합계 15이닝 동안 14안타를 내주고 6실점(5자책점),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주목할 것은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고 삼진 12개를 잡았다는 점이다. 류현진이 시범경기를 온전하게 치른 것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2013년 이후 처음이다.

2015년 왼쪽 어깨 수술을 받은 이후 구위와 제구력, 특히 몸 상태가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을 신뢰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사타구니 부상 등으로 인해 전반기를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8월 복귀해 호투를 거듭하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성적은 15경기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 1.97이다.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류현진은 생애 첫 FA 자격을 얻게 됐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수술과 부상 경력, 30대 초반의 나이 등 이런저런 이유로 다년계약을 제시하지 않고, 1년간 1790만달러의 연봉을 주는 퀄리파잉 오퍼로 재계약 의사를 내비쳤다. 류현진은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이고 다저스 잔류를 선택했다.

류현진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전략은 올시즌 후 다시 FA 시장을 두드려보자는 것이다. 만일 류현진이 올해 건강하게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다면 FA 선발투수 시장에서 상당한 러브콜을 받을 것이 유력하다. 더구나 크리스 세일, 저스틴 벌랜더처럼 톱클래스 선발투수가 최근 현 소속팀과 연장계약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시즌 후 FA 시장에서 류현진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로버츠 감독의 류현진 선발 카드는 예상대로 적중했다. 다저스는 시즌 초 당분간 어깨 부상에서 재활중인 커쇼와 시범경기 막판 무릎 인대를 다친 힐 없이 로테이션을 운영해야 한다. 류현진이 1선발로 4월 중순까지는 상대팀 에이스들과 만나 상승세의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류현진은 지난 겨울 2019년 목표에 대해 20승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20승을 거둘 실력과 환경, 가능성은 제쳐두고 시즌 첫 경기에서 1선발 역할을 해줬다는 점에서 다저스 구단의 신뢰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84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는 투구수 90~100개 범위에서 투구를 할 예정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