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초반 흥행 돌풍이 무섭다.
3라운드를 마친 올 시즌 K리그1을 찾은 유료 관중은 20만8622명이다. 단 18경기만에 20만명을 넘었다. 경기당 유료 관중은 1만1590명에 달한다. 대박을 친 1라운드(1만3226명)에 이어 2라운드(1만1163명), 3라운드(1만381명) 연속으로 평균 1만명을 넘었다. 8160명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해 42%나 늘어난 수치다. 전북, 서울, 수원 등 명가에 의존한 결과가 아니라, 전방위적인 흥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시 돌풍의 핵은 대구다. 대구는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이슈메이커다. 올 시즌 500억원을 들여 건설한 새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 새 둥지를 틀었다. DGB대구은행파크는 축구 관람에 최적의 조건을 자랑한다. 알루미늄 바닥을 구르며 하는 응원은 벌써부터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새 경기장에 대한 관심에, 재밌는 경기, 좋은 성적까지 더해지며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 지난 3경기에서 DGB대구은행파크를 찾은 관중은 총 3만5402명. 3경기 모두 매진사례를 이뤘다. 눈여겨 볼 점은 예매 수치다. 경기당 예매율이 무려 99%가 넘는다. 1000장을 현장에서 팔았던 제주전 이후 현장 판매는 없었다. 경기 일주일전부터 티켓 예매 창구가 열렸는데, 빠르면 1~2일 전, 늦으면 3~4시간 전에 표가 모두 팔렸다.
대구와 함께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또 다른 시도민구단 인천의 행보 역시 주목할만 하다. 인천도 홈 2연전에 2만8657명의 관중을 모았다. 2일 제주와의 개막전에는 인천전용구장 개장 후 최다 관중이었던 1만9222명이 운집했다. 역시 주목해야 할 것은 사전 예매다. 제주전에는 전체 관중의 27%에 달하는 5262명이 예매를 통해 경기장을 찾았다. 두번째 홈경기인 경남전에는 수치가 더 올라갔다. 관중의 37%가 사전 예매에 나섰다.
대구와 인천은 흥행 대박 속 수익 대박도 이뤘다. 대구는 관중 수입으로만 경기당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역시 두 경기에서 1억6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K리그팀들의 숙원인 재정 자립을 위한 중요 포인트를 마련한 셈이다.
예매율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매를 했다는 것은 이 전부터 관심을 가졌다는 뜻이다. 새로운 선수가 영입됐던지, 경기가 재밌었던지, 새로운 경기장을 가고 싶던지, 어느 이슈에 반응해 경기에 흥미를 느낀 팬들이 예매에 나선다. 이들은 그 경기의 배경 지식을 알고 있거나, 알고 싶어한다.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된 그룹이다. 또 하나, 예매를 했다는 것은 반드시 경기장을 찾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매를 한 팬들은 미세먼지, 비 등 외적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충성스러운 그룹이다. 이들은 경기장에서 지갑을 여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실제 대구와 인천의 올 시즌 홈 경기에서 전년 대비 4배 이상의 MD(머천다이징 상품) 매출을 기록했다.
예매율이 올라갈수록 K리그 경기의 가치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예매 전쟁은 또 다른 화제를 만들 수 있다. 예매가 많아지면 현장 판매분이 줄어들고, 표는 그만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줄서서 먹는 음식점에 사람이 몰리고, 그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인다. 그래서 대구-인천발 예매율 상승이 반갑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