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씨를 좋아한다."
태국은 덥고 습한 기후. 끝까지 집중력 유지가 관건이었다.
양희영은 평소 이런 날씨를 좋아한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이전까지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서 이미 2차례나 우승했다. 통산 3승 중 2승을 이 대회에서 기록했다. 2015,2017년이었다. 격년제로 홀수해 마다 우승.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다음 우승은 바로 2019년 이 대회였다. 기대감이 커졌다.
파이널 4라운드. 묘한 기대감은 현실이 됐다.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 코스(파72·657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총상금 160만 달러) 최종 4라운드. 이민지(호주)와 함께 공동 선두로 출발한 양희영은 이날 절정의 샷과 퍼트 감을 과시했다. 가볍고 편안한 스윙으로 타수를 줄여갔다. 전반 5홀 연속 버디로 공동선두 이민지를 따돌리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후반 위기가 찾아왔지만 차분함으로 극복했다. 7타를 줄여 최종합계 22언더파. 2년 전 우승 당시 스코어. 대회 우승은 그의 몫이었다. 이로써 양희영은 2015년부터 이어온 홀수해 우승 공식을 이어가며 이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통산 4승째.
이민지,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등의 맹추격을 받았지만 양희영은 마치 제 집에 온듯 편안해 보였다. 리듬과 템포가 완벽했다. 스윙은 가벼웠고, 퍼팅은 안정적이었다.
양희영은 첫 홀(파 5)을 버디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3번 홀(파 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4번 홀부터 8번 홀까지 5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앞서갔다. 4번 홀 롱퍼팅으로 버디를 잡은 것이 출발이었다. 샷이 점점 홀에 붙으면서 버디 행진을 이어갔다.
전반을 마쳤을 때 양희영의 우승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쉬운 우승은 없었다.
후반 들어 태국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10번 홀에서 버디 퍼팅을 남겨둔 상황에서 천둥 번개로 약 1시간여 경기가 중단됐다. 한참 좋던 흐름이 끊겼다. 경기 재개 이후 남은 버디퍼팅을 성공시켰지만 샷 감이 똑같을 수는 없었다.
후반 들어 경쟁자들의 추격이 거세졌다. 동반자 이민지가 불끈 힘을 냈다. 보기 없이 꾸준하게 타수를 줄이며 추격전을 펼쳤다. 10, 12번 홀 버디에 이어 14번 홀에서 중거리 버디 퍼팅을 떨어뜨리면서 20언더파를 기록했다.
행운을 등에 업은 시간다의 추격도 매서웠다. 14번 홀 버디에 이어, 짧은 15번 홀에서 칩샷 이글로 단숨에 3타를 줄이며 20언더파로 추격했다. 결국 이날 9타를 줄인 63타로 최종합계 20언더파로 먼저 마쳤다.
14번 홀(파 4) 갑작스럽게 빗줄기가 굵어졌다. 양희영은 이 홀에서 타수를 잃으며 20언더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세 선수 모두 20언더파 동타 상황. 짧은 15번 홀에서 양희영과 이민지 모두 파 세이브에 그쳤다.
어려운 16번 홀(파 3)이 분수령이었다. 두 선수 모두 티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했다. 이민지가 파 세이브를 한 반면 양희영은 그린 밖 퍼팅으로 공을 홀에 떨궜다. 다시 21언더파 단독 선두에 오르는 순간.
양희영은 마지막 18번 홀에 버디를 잡아 22언더파로 1타 차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민지의 마지막 이글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추면서 연장 승부에 실패했다. 6타를 줄인 최종 21언더파로 2위, 시간다가 최종 20언더파로 3위를 차지했다. 신지은이 4타를 줄여 최종 17언더파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첫날 선두로 올시즌 2승째를 노렸던 지은희는 9홀부터 12홀까지 4홀 연속 버디로 4타를 줄여 최종 16언더파로 5위를 기록했다.
이날 4타를 줄인 박성현은 최종 합계 7언더파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은 이날 2타를 줄여 최종 10언더파로 14위를 기록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