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자체는 좋다. 하지만…."
KT 위즈 신인왕 강백호의 '이도류'는 더이상 없던 일이 됐다. 강백호가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로 불펜피칭을 실시했는데 이를 본 이강철 감독이 투수 겸업보다 타자 전념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강백호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계속된 스프링캠프에서 불펜에 올랐다. 이 감독이 취임하면서 강백호의 투수 가능성을 보겠다고 했고, 이날 테스트를 하기로 한 것.
강백호는 20개의 공을 뿌렸다. 지난해 올스타전처럼 강한 공을 뿌렸다. 이 감독의 평가도 좋았다. "공 자체는 좋았다"고 이 감독은 말했다.
하지만 부상의 위험 때문에 더이상 투수를 하긴 힘들다고 봤다. 투구폼이 문제였다. 이 감독은 "상체위주로 던지는 폼이라 부상위험이 높아보였다"라며 "타자로 잘하고 있는만큼 길게봤을 때 타자로 전념하는 것이 좋아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불펜 피칭은 더이상 없다"고 해 투수 강백호에 대한 미련이 없음을 밝혔다.
좋은 공을 뿌리는 만큼 투구폼을 하체위주로 조금씩 바꾸는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감독은 모험을 택하지 않았다. 투수로 전념하기로 한다면야 당연히 투구폼을 고치는 작업을 하겠지만 강백호는 이미 지난해 29개의 홈런을 때려낸 강타자로 KBO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타자다. 투수로서 던지게 하는 것이 '타자' 강백호에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고, 투구폼을 고치는 작업이 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 감독은 "만약 강백호를 투수로 쓴다면 필승조로 쓸 것이다. 필승조 투수들의 피칭이 어려운 날 미리 공지를 하고 강백호를 지명타자로 냈다가 필요한 상황에 낼 것이다. 이벤트성으로 쓸 마음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강백호의 공은 KBO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부상의 위험이 있고 투구폼을 고치면서까지 투-타 겸업을 시킬 필요까지는 없다는게 이 감독의 판단이었다.
'한국의 오타니'로 각광을 받았던 강백호의 피칭은 올스타전과 같은 번외 경기나 연장 승부에서 나올 투수가 더이상 없을 때의 1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특수한 상황 외엔 볼 수 없게 됐다.
강백호로선 일찌감치 길이 정해진 것이 다행이다. 강백호는 어느정도 타자로 전념할 생각을 굳혀가고 있는 상태였기에 홀가분하게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