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개봉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고 있는 '1987', 그리고 '1987'의 중심이자 핵심이었던 김윤석(50). 훌륭한 연기력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 대한 존경과 배려 또한 잃지 않았던 그가 제39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영화 '1987'(장준환 감독), 우정필름 제작)의 김윤석은 지난달 23일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버닝'(이창동 감독, 파인하우스필름·NHK·나우필름 제작) 유아인, '공작'(윤종빈 감독,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쳐스 제작) 이성민, '암수살인'(김태균 감독, 필름295·블러썸픽쳐스 제작) 주지훈, '신과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 하정우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1987년 1월, 스물 두 살 대학생 故박종철 열사가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실화를 담은 영화 '1987. 故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원 처장을 맡은 김윤석은 분노와 차가운 이성을 오가는 연기력으로 폭력의 시대, 그 맨 앞자리에 있었던 인물의 초상을 완성하며 '1987'을 이끌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많은 배우들이 배톤터치를 하듯 역할을 양분하고 있는 영화에서 악의 축으로서 영화를 단단히 받치면서도 시대의 억업과 아이러니를 그대로 드러내야하는 등 쉽지 않은 역할로 부담이 컸을 김윤석. 큰 부담감 속에서도 실존 인물의 리얼리티를 살린 연기로 박처원 처장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그러낸 김윤석은 청룡영화상 수상 당시 시대의 폭력 속에 희생된 故박종철 열사와 故이한열 열사의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실 '1987'를 찍으면서 저 뿐만 아니라 감독님, 스태프들, 배우들 모두 미안함과 부담감이 컸습니다. 1987년에 일어났던 그 일이 절대 잊지 말아야할 사건인건 분명하지만 혹시라도 이 영화가 열사 유가족 분들의 깊은 상처를 다시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독님을 비롯한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상의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故박종철 열사의 가족분이신 박은숙 누님과 박종부 형님, 故이한열 열사의 어머님인 배은심 여사님께서 정말 물심양면 많은 지원과 지지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수상할 때 만큼은 그분들의 이름을 꼭 거론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차분한 목소리로 의미있는 수상 소감을 전했던 김윤석. 그는 "덤덤한 것처럼 보여도 전혀 덤덤하지 않았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떨렸다"고 속내를 솔직하게 전했다. "하고 싶었던 말은 1/3도 하지 못하고 내려왔다"는 그는 "무대를 내려오면서 '아 왜 그렇게 말을 못했을까' 후회도 했다"며 웃었다.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고향 친구들에게까지 감사 말을 전하는 진선규(지난 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자) 같은 친구가 참 부러워요.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다가 참깐 기억이 안나는, 그 몇초간의 침묵이 저는 참 부담스럽더라고요. 앞에서 모든 분들이 다를 바라보고 있고 제가 할말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떨리더라고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하는 걸 억지로 숨기는 겁니다.(웃음) 수상 할 때 뿐 아니라 시상할 때도 어찌나 떨리는지. 무대로 걸어나올 때는 근육이 덜덜덜 떨러요. 제가 하고 싶었던 수상 소감을 다 못해서 그런지, 다음 청룡영화상에서 제가 시상할 때는 수상하시는 분들께는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지난 2008년 영화 '추격자'(나홍진 감독)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후 10년만에 청룡영화상을 수상한 김윤석. 그는 '10년만 수상'이라는 타이틀 보다 영화인의 축제인 청룡영화상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 그 자체가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청룡영화상은 몇년만에 남우주연상을 받았기 때문에, 혹은 1등을 했기 때문에 특별한게 아닌 것 같아요. 청룡영화상은 영화인들이 다 같이 모여 서로 고생했다 격려하고 함께 응원하는 한해를 마무리 하는 축제 같은 행복한 자리이죠. 그런 소중한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기쁜 일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후보에 오른 모든 배우분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수상을 하게 됐지만 후보에 오르신 모든 분들이 자격이 있는 분들이시죠. 그분들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는 축제를 보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뻤죠."
김윤석의 남우주연상 뿐만 아니라 영화상의 하이라이트인 최우수 작품상까지 수상한 '1987'. 장준환 감독은 수상 당시 무대에 올라 "작년에 '1987' 후반 작업 중 아내 대신 청룡영화상에 참석했다. 작년에도 후보셨던 김윤석 선배님이 수상을 못하셨는데, 그때 제가 김윤석 선배님의 무릎을 탁 치면서 내년에 '1987'로 남우주연상을 받으실거다라고 말을 했다"며 기쁜 마음을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윤석은 "작년 시상식에서 장준환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부터 '1987'까지 함께 한 장준환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사실 이번 시상식에서 장준환 감독님께서는 제가 상을 받기를 바라셨지만, 전 제가 아닌 장준환 감독이 감독상을 받기를 굉장히 바랐었죠. 장준환 감독님께서 아쉽게 감독상을 수상하지 못했지만 '1987'이 최우수 작품상을 받게 됐고, 축제의 마무리가 되어주는 최우수 작품상 안에 모든 게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 기쁩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스태프들과 함께 정말 뒷풀이를 하며 훈훈한 밤을 보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강)동원이, 독일에 있었던 태리, 촬영에 한창인 (하)정우도 '1987' 단톡방으로 많은 축하의 말을 건네줬어요."
지난 해 12월 27일 개봉해 약 1년이 지난 시간에도 여전히 그 어떤 영화보다 긴 여운을 주며 여전히 관객들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1987'. 김윤석은 약 1년이 지났음에도 '1987'에 대한 관객들의 마음 속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는 이유에 대해 "'1987'를 위해 힘을 쏟았던 모든 이들의 정성 덕분"이라고 말했다.
"'1987'은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입니다. 제작 당시만에도 장미 대선이 치러질지도 정권이 바뀔지도 몰랐기 때문에 과연 이 영화에 투자가 될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과연 이 작품에 다른 배우들이 흔쾌히 출연을 해줄까 싶기도 했죠. 아직도 잊지 못하는 날이 있어요. 장준환 감독님과 저, 그리고 (하)정우, (강)동원이 넷이 만나 우리기 이렇게 뭉쳐 힘을 모으면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마음을 모았던 날이에요. 그렇게 넷이 마음을 모으고 나니 그 이후에 많은 배우분들이 흔쾌히 출연 의사를 밝혀주셨고 제작과 촬영이 기적적으로 진행되어 갔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1987'에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에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촬영에 들어간 후에도 물론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1987'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에 대해 사람들에게 무조건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눈물로 호소하게 된다면 이 영화의 진짜 의미가 전달되기 전에 신파스러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다큐멘터리적인 방향을 택할 수도 없었습니다. '1987'은 영화이고 상업성을 뛸 수 밖에 없는 매체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이 '1987'을 정말 잘 만든 '웰에미드 상업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야 열사 가족분을 뵐 낯이 생기기 때문이죠. 다행히 장준환 감독님이 섬세한 연출을 최서을 다하셨고 감독님의 정성 어린 작업 덕분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치열한 고민과 감독님의 정성 때문에 '1987'이라는 영화의 여운이 계속해서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