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런 편성은 처음."
방송사 SBS의 배성재 아나운서가 15일 베트남-말레이시아의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올린 말이다.
"전대미문. 지상파 주말 황금시간대 드라마를 결방시킨 쌀딩크!"라는 멘트가 가미된 그의 우스개 메시지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SBS의 스포츠 전문 간판 아나운서인 그도 자사의 이런 편성이 의아했던 모양이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 축구팬, 시청자는 오죽했을까.
하지만 SBS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대박'을 터뜨렸다. '박항서 신드롬'으로 압축되는 스즈키컵 결승전은 지난 11일 1차전때 대박을 예고한 바 있다. 케이블채널 SBS스포츠에서 1차전을 중계했는데 시청률은 4.71%(닐슨코리아), 올해 케이블채널 스포츠 프로그램 중 최고 기록이었다.
이에 SBS는 주변의 예상을 뒤엎고 주말 황금시간대에 드라마 대신 '박항서 축구'를 긴급 편성했다. 한국과의 경기도 아니고 동남아 축구 변방의 결승전 공중파 편성은 전례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예상을 크게 넘어서 '박항서 신드롬'이 국내 축구팬 사이에서도 얼마나 큰 관심사였는지 입증했다. 시청률 전문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5일 오후 9시 8분부터 11시 21분까지 SBS가 생중계한 스즈키컵 결승 2차전 시청률은 전국 18.1%-수도권 19.0%로 집계됐다.
같은 시간대 방송한 KBS 예능 '배틀트립'(2.9%-3.0%), '삼청동 외할머니'(1.5%-1.3%), MBC 토요드라마 '신과의 약속'(10.2%-10.7%, 12.7%-12.9%) 등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 국민의 시선을 잡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기록이다. 러시아월드컵 당시 한국의 출전 경기 중 최고 시청률은, 세계도 놀라게 한 조별예선 3차 한국-독일전(2대0 승)으로 공중파 3사 합산 41.6%(이하 전국 기준)였다. 방송사별로 보면 KBS(15.8 %), MBC(15.0 %), SBS(10.8%) 순이었다.
월드컵은 방송 3사가 동시에 중계하기 때문에 SBS 단독 중계인 스즈키컵 결승 2차전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래도 독일전 당시 최고 시청률을 보인 KBS가 15.8%였던 점을 고려하면 18.1%의 시청률은 상당히 높게 평가할 만한 기록이다. 프랑스-크로아티아의 결승전에 대한 방송 3사 합산 시청률이 20.7%였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러시아월드컵 당시 국내 방송사의 모든 축구 중계 시청률을 놓고 봤을 때 방송사별 기록에서는 KBS의 한국-스웨덴전이 17.0%로 3사 통틀어 가장 높았다. 이어 MBC의 최고 기록은 한국-독일전 15.0%이고, SBS는 한국-스웨덴전에서 최고(12.5%)를 찍은 바 있다.
공교롭게도 올시즌 방송사의 시청률 최고 기록에도 베트남이 있다. 지난 8월 29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준결승 한국-베트남전(3대1 승)이 3사 합산 42.9%로 종전 한국-독일전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방송사별로는 KBS(17.7%), MBC(15.4%), SBS(9.8%) 순이었다.
결국 SBS는 이번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맞아 파격적인 시도로 도전한 끝에 2018년도 축구중계 최고 시청률이란 '대어'를 잡은 셈이다. 이 역시 '박항서의 힘'이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