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감사한 한 해다."
'최고의 한해'를 보낸 황의조(26·감바 오사카)의 말이다.
2018년, 올 한해는 그야말로 황의조 전성시대였다. 그는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뜨거운 발끝을 자랑했다. 무려 33골을 폭발시켰다.
황의조의 활약을 앞세운 대한민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호'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승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끝이 아니다. 한때 강등권에 몰렸던 감바 오사카는 황의조의 득점포를 앞세워 잔류에 성공했다.
유망주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는 성남 시절이던 2015년 15골을 넣으며 팀의 주포로 활약했다. 김은중 23세 이하(U-23) 대표팀 코치는 "황의조는 차세대 스트라이커의 선두주자다. 공격수가 가져야 할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 날카로운 결정력, 골문 앞에서의 움직임이 좋다. 특히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슈팅 타이밍을 갖고 있다. 보통 타이밍이 빠르다고 하면 반 박자 정도인데, 황의조는 그 이상 빠르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에 '절정의 기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로 데뷔 후 소속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대표팀에서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후반기 들어 한층 날카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황의조는 2월부터 8월까지 총 14골을 넣었다. J리그에서 9골, 리그컵에서 5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9월부터 11월까지 불과 3개월 동안 19골을 몰아넣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9골을 기록하며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A대표팀에서는 2년 만에 득점포를 가동, 6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소속팀에서는 7득점을 기록했다.
후반기,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을까. 레전드 '선배' 들에게 물었다.
▶스트라이커의 최고 무기, 자신감이 붙었다
제일 큰 힘은 '자신감'이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다. 골대 앞에서의 움직임 자체가 달라졌다. 골대 앞에서의 임팩트가 달라졌다. 스트라이커들은 전후반을 통해 결정적인 기회를 2~3번 정도 잡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결정력이 매우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 역시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공격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신감이 있을 때는 원터치로 슈팅을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득점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생각이 많아진다. 조금 더 좋은 상황을 찾는다. 타이밍을 놓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중 코치도 "아시안게임을 통해 확실히 자신의 알을 깬 것 같다. 득점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자신 있게 슈팅을 한다. 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만큼 기회도 놓치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황의조는 올 시즌 '몰아넣기'는 물론이고 '연속득점' 기록도 여러번 썼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한 대회 두 차례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소속팀에서는 6경기 연속 득점이라는 기분 좋은 기록도 썼다.
▶원샷원킬의 비밀, 위치 선정 능력의 향상
자신감이 붙은 황의조. 기술적으로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회장은 "위치 선정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사실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가운데 위치 선정이 가장 좋았던 선수는 황선홍이다. 지금의 황의조는 황선홍 만큼이나 위치 선정 능력이 좋다. 일본 J리그에서 세밀하게 들어오는 압박을 피해 위치 잡는 법을 제대로 읽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골대 앞에서 돌아 들어가는 무빙 능력이 향상됐다. 문전에서 상대 수비와 싸우는 힘도 생겼다"고 말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다양한 각도에서 슈팅이 가능하다. 전성기다. 이런 유형의 스트라이커가 나오기 힘들다. 이젠 이런 스타급 선수들이 본인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이겨야 슈퍼스타가 된다"고 했다.
황의조의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그는 지난 10월 열린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튕겨 나오자 곧바로 달려 들어가 골을 완성했다. 일회성이 아니다.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도 리바운드된 공을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멘탈은 물론이고 기술면에서도 한층 성장한 황의조. 그는 다음달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다시 한 번 물오른 득점포를 가동한다는 각오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