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낯설지만 또 도전한다."
중국 옌볜 축구 영웅 박태하 감독이 도전장을 던졌다. 새롭게 중국 여자축구대표 B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옌볜 푸더 사령탑을 지냈다. 2부에 있던 중국 변방의 팀을 1부로 끌어올렸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예산에서도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만들어냈다.
중국축구협회는 그런 박태하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했다. '삼고초려' 끝에 그에게 중국 여자 축구의 미래를 맡겼다. 중국축구협회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축구 개혁 및 발전 계획'에 따라 박태하 감독을 여자축구대표 옐로팀(B팀)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박 감독은 한국 축구 A대표팀 코치, FC서울 수석코치, 옌볜 푸더 감독 등으로 풍부한 지도자 경력을 가졌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2010년 허정무호의 남아공월드컵 첫 원정 16강 달성의 주역이기도 했다. 박 감독과 포항 스틸러스, 옌볜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명 GK 스페셜리스트 김성수 코치가 이번에도 함께 한다. 아테네올림픽대표팀 때 김호곤 감독을 도왔던 김성수 코치는 정성룡 김승규 신화용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수문장들을 성장시킨 바 있다.
중국축구협회는 장기 비전을 갖고 여자축구를 레드팀(A팀)과 옐로팀(B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레드팀은 중국을 대표해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옐로팀은 상비군 개념으로 2군 선수들의 재능, 기술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박태하 감독은 최근 KFA 기술 컨퍼런스가 열린 대전에서 스포츠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난 이번 제안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낯설지만 새로운 도전이다. 겸손한 자세로 내가 선택할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축구협회에서 언제 제안을 받았나.
▶지난 3월에 첫 제안을 받았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오퍼였다. 여자팀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계속 중국축구협회에서 나를 원했고, 옌볜 구단을 통해서도 제안을 해왔다. 또 거절했다. 그런데 세번째 제안을 해왔을 때는 거절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계속 나를 원할까' 생각했다. 중국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직접 옌볜까지 찾아와서 미팅을 했다. 내가 중국에 와서 한 걸 인정한다고 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박 감독에게 뭘 기대하고 있나.
▶중국축구협회는 여자축구의 부활을 원하고 있다. 세계 정상권으로 다시 올라서고 싶어 한다. 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A팀으로 올라갈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언제부터 훈련하나.
▶오는 1월부터 첫 훈련에 들어간다. 일단 중국 광저우로 생각하고 있는데 변경될 수도 있다. 옮겨 다닐 것 같다. 2월에는 스페인 무르시아로 가서 훈련을 이어간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을 것 같다.
▶B팀이라 성적에 대한 큰 부담은 없다.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미래를 준비해가면 된다.
-중국에서 2015년부터 4년을 버텼고 또 다른 도전을 선택했다.
▶중국 남자 프로 무대 1~2부 합쳐 4년을 보냈다.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여러 사람을 만났고, 여러 도시를 가봤다. 그러나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고 앞으로 해나갈 게 더 많다. 나는 지금도 도전자의 입장이다. 겸손한 자세로 내가 선택할 길을 가겠다. 그 다음 일은 나도 잘 모른다.
-여자 축구 공부를 많이 할 거 같은데.
▶여자축구는 생소한 게 사실이다. 지금 여자축구에 대한 공부를 해가고 있다. 축구라는 공통점은 변함이 없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인정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자 축구 선수의 운동 능력은 남자의 약 60~70%라고 한다. 그걸 감안해서 훈련하고 지도할 것이다. 지난달 독일에 갔을 때 프랑크푸르트 클럽 여자 축구 관계자를 만나 한참을 얘기했다. 여자를 지도하는 게 남자 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자 선수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습 효과가 남자 보다 더 뛰어나다는 얘기도 있다. 대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