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날씨는 쌀쌀해졌다. 그러나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19세 이하 대표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산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훈련의 강도는 높았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 속 2~3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그러나 훈련은 계속됐다. 뛸 선수가 부족해 이재홍 피지컬 코치까지 투입됐을 정도였다.
정정용호는 '복습' 중이었다. 이날 훈련이 끝난 뒤 정 감독은 "지난달 끝난 19세 이하(U-19) 아시아챔피언십 리뷰 이후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두고 세 가지 정도 보완하는 것이 이번 울산 전훈의 테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째는 후방 빌드업이다. U-19챔피언십에선 상대가 전부 내려서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패턴을 가지고 공격 플레이를 해야 했다. 그러나 압박이 들어왔을 때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롱 킥도 상황에 따라 필요하지만 그라운드 패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둘째는 현대축구가 그렇듯 상대 3분의 1 지역에 접근했을 때 결정할 수 있는 공격 패턴이다. 크로스 능력, 솔로 플레이,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마지막으로 5-4-1, 4-4-2 등 전술적으로 수비를 하다 공격으로 전환됐을 때 상황에 대한 복습이다. 대회 때보니 15~30m 패스가 자주 끊기더라. 볼을 빼앗고 난 뒤 2~3번 연결만 되면 상대 지역으로 갈 수 있는데 그것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정정용호는 내년 5월 폴란드에서 막을 올릴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 출전한다. 한 고비를 넘자 정 감독 스스로도 자신감을 가지기로 했다. 과감한 목표설정으로 이어졌다. 정 감독은 "1차 목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었다. 당시 선수들에게 '티켓을 따낸 뒤 가능하다면 본선에서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올라가자'고 얘기했다. 한데 선수들의 시선이 거기에 머물러 있더라. 그래서 감독으로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울산 전훈을 떠나기 전 가능하다면 8강, 4강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 겸손하게 16강 진출은 아닌 것 같다. 내 목표는 8강이든, 4강이든 높게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격력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월드컵에 출전할 예정인 이강인(17·발렌시아 메스타야)과 정우영(19·바이에른 뮌헨) 등 해외파들이 1군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정 감독도 인정했다. "우리가 가져갈 전체적인 색깔은 똑같다. 다만 그 선수들이 들어오면 전략적으로 바뀔 수 있다. 연계, 볼소유 등 패스, 드리블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이어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환경의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학과 프로의 템포가 다르듯이 1군과 2군의 마음가짐도 다르다. 그들이 1군에서 체득한 것이 운동장에서 자신감으로 나온다. 그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고 전했다.
정 감독은 3년 전 18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 시절 한 살 어린 이승우(20·베로나)를 월반시켰다. 당시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유스팀 소속이었다. 정 감독은 "내가 이승우를 끌어당기는 것도 환경 때문이었다. 국내 선수들이 해외파들과 부딪히면서 느끼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승우는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발생해도 바로 때리지 않는다. 접고 또 접어서 넣는다. 한데 토종 골키퍼는 해외파가 없으면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다"며 "국내 선수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문화적 요소만 바꿔주면 된다. 국내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부상을 할까봐 조심스럽게 훈련하라고 지도한다. 그러나 유럽처럼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훈련장에서 부딪혀야 선수들이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정 감독이 강조하는 축구는 밸런스가 갖춰진 빠른 템포축구다. 정 감독은 "템포는 빨랐으면 좋겠다. 백 패스는 원래 싫어했다. 최대한 빠르게 상대지역에 가는 것이지만 밸런스를 중시한다. 세컨드 볼, 수비로 전환됐을 때 압박할 수 있는 밸런스를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