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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통역에서 일식집 사장님 변신한 김영롱씨 "용규형 때문에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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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외국인 선수나 코치는 대부분 1년 계약이고 실력을 발휘 못하면 계약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에 쫓겨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불안정한 직업이긴 해도 대신 일반 직장인보다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코치 곁에는 항상 통역이 있다. 하지만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인 통역은 선수나 코치처럼 많은 돈을 벌기 힘들다. 그런 어려운 입장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통역으로 활동해 온 인물이 있다. 2006년 LG 트윈스를 시작으로 SK 와이번스, 고양 원더스, 한화 이글스에서 일본인 코치의 통역을 맡았고, 2010~2011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김태균(한화)의 통역을 담당하기도 한 김영롱씨(31)다. 그는 지난 6월부터 새로운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의외의 분야에 대한 도전이었다.

"제가 말도 많이 안하고 내성적인 성격이고 지금까지 했던 것과 너무 다른 길을 가려고 하니까 다들 깜짝 놀랐어요".

김씨는 현재 경기도 성남 수내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 고양 원더스가 없어진다고 했을 때 야구단 업무보다 개인식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후 작년을 끝으로 한화를 나오면서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갖고 있던 터에 김성근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감독님이 자주 가시는 서울의 일식집에 물어봐 주셨고 거기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김씨는 일본 교토국제고에 야구 유학을 가 일본 생활을 하면서 일본어를 익혔다. 하지만 일식에 대해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가 일식집 운영에 흥미를 갖게 된 건 한 한국인 선수의 입맛 때문이었다.

"제가 마음먹고 일식을 시작한 건 작년 5월쯤, 이용규(한화) 선수가 치료를 받기 위해 요코하마로 같이 갔었을 때였어요. 용규형이 매일 같은 가게에서 카레우동을 먹길래 '한국 사람은 일본 음식을 매일 먹을 만큼 좋아하는구나' 싶었지요."

음식점을 개업하는 사람은 보통 야심이 크거나 활발하게 보이려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김씨는 자신의 성격 그대로 소박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가게에는 고양 원더스 시절 함께 했던 이상훈 전 LG코치와 고교 후배인 신성현(두산)이 찾아왔을 때 받아 놓은 사진과 사인 말고는 야구계와의 인연을 느낄 수 없다. 김씨는 조용히 요리를 만들고 그걸 어머니가 도와주고 있다.

김씨는 "어머님은 지금까지 일을 안 하시던 분이었는데 제가 도와달라고 해서 고생을 시키고 있어요. 제 스타일답지 않게 가게 인스타그램이 있는데 그것도 누나가 해주신다"며 웃었다.

통역중에는 유명한 사람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태도나 말투가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김씨는 프로야구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온 사람이다. 그 모습은 야구계를 떠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가게를 시작해서 5개월 지났는데 수입은 야구단에서 일할 때와 비교해 턱없이 적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인 김영롱씨. 그러나 그가 추천한 스키야키를 먹어 보니 맛에는 그의 성실함이 그대로 배어 있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