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말컹(경남)은 두가지 다짐을 했다.
말컹은 2017년 K리그2(2부리그)의 히트상품이었다.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전통적인 타깃형 공격수는 K리그1(1부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 '말컹은 K리그2에서나 통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말컹도 이런 얘기를 직접 들었다.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지만, 이 말에는 묘하게 승부욕이 타올랐다. 운동화 끈을 세게 조였다. "저를 둘러싼 선입견을 반드시 깨겠다고 결심했어요. 내년에는 우리 팀을 꼭 높은 곳에 올려놓고, 득점왕도 차지하겠다고요."
K리그2를 지배한 말컹은 시상식에 참가했다. 당초 브라질에 있을 일정이었지만, 생애 첫 시상식 참석에 들떴다. 기대대로 였다. 예상보다 너무 화려한 시상식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MVP, 득점왕, 베스트11 3관왕에 성공한 말컹은 싱글벙글했다. 하지만 이어 진행된 K리그1 시상식을 보고 눈이 더 커졌다. 상금, 관심의 크기가 2부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당시 중국, 중동 등의 러브콜을 받던 말컹은 생각을 바꿨다. "내년에도 K리그1의 시상식에 서겠다고 마음 먹었죠. K리그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기고 싶어졌어요."
말컹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말컹은 K리그1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말컹은 3일 열린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 어워즈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다. 말컹은 31경기에서 26골을 넣는 괴물 같은 득점력으로 경남을 창단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로 이끌었다. 말컹은 K리그1과 2에서 MVP와 득점왕을 모두 거머쥔 유일한 선수가 됐다. 단 2년만에 이뤄낸 역사다. 말컹은 "MVP를 수상하고 너무 좋아서 잠도 못잤다"며 "브라질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밤새 축하 전화를 받았다"며 웃었다.
스스로 다짐, 또 다짐하고 나선 시즌이지만, 부담감은 컸다. 모두가 자신이 어떤 플레이를 펼치는지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자신감은 있었다. 말컹은 "지난 시즌 2부에 있을때 FA컵을 치렀다. 울산, 대구 등 K리그1 팀을 상대했다. 경기를 잘했다. 대구를 상대로는 골도 넣었다. 분명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의 자신감이 현실이 되는데는 단 한경기면 충분했다. 말컹은 상주와의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K리그 첫 개막 해트트릭이었다. 말컹은 "이 해트트릭이 올 시즌을 치르는데 있어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이후는 승승장구였다. 이보다 더 좋은 시즌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컹은 의외로 올 시즌 점수로 "70점" 밖에 주지 않았다.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말컹은 "올해 3번이나 다쳤다. 마지막 부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가 관리를 잘못한 탓이다. 다치지만 않았어도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특히 5월 입은 첫번째 부상은 컸다. 말컹은 "처음 다치고 통증이 심해졌다. 운동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러다 큰 일이 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다행히 브라질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 속에 재활에 성공했다"고 했다.
말컹은 자신을 깨운 김종부 감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말컹은 "김 감독님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 이 순간까지 올 수 있게 만든 사람, 한국에서 제일 뛰어난 감독"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한국행은 말컹의 인생을 바꿨다. 말컹은 한국에서 축구를 다시 배웠고, 프로선수로서 태도도 다시 배웠다. 사실 말컹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왔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냥 당장 눈 앞의 만족스럽지 못하던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2013년 주리그 최종전에서 파우메이라스를 침몰시키고 팀을 잔류시키는 극적인 결승골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말컹은 이후 추락을 거듭했다.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더이상 발전은 없었다. 농구를 좋아하던 말컹에게 축구는 그저 엄마를 돕기 위한 돈벌이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축구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는 "아시아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빅리그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아시아가 주목하는 공격수가 된 말컹은 중국, 중동에서 엄청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중국, 중동의 부자구단들이 돈다발을 싸들고 유혹하고 있다. 몸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예상 이적료+연봉만 해도 18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 올 당시 몸값의 100배 이상이 뛰었다. 말컹은 어느 곳에서 뛰든 초심을 잃지 않을 생각이다. 언제나 당당한 그답게 앞으로의 포부 역시 말컹 다웠다. "어디서 뛰든, 어디에 있든 그곳에서 역사를 쓰고 싶다. 물론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떤 경기를 뛰든 항상 첫 목표는 득점왕이다. 그게 말컹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