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플레이하는 선수로 돌아오겠습니다."
SK 와이번스의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일본 가고시마 사츠마센다이구장. 염경엽 신임 감독과 함께 빨간색 유니폼이 아직 어색한 사람이 또 있다. 주인공은 배영섭(32).
배영섭은 올시즌 종료 후 친정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됐다. 2009년 삼성 입단 후 10년동안 삼성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으니, SK 유니폼이 아직은 낯설 수밖에 없다.
충격적인 방출 통보를 받았지만, 다행히 SK가 배영섭에게 손을 내밀었다. 커리어, 실력 이런 걸 내세울 때가 아니었다. 마무리 캠프 합류는 그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젊은 후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새 팀 적응을 하고 있다.
배영섭은 "동갑인 정의윤이 나를 잘 챙겨주고, 후배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선-후배를 떠나 격없이 지낼 수 있는 게 SK의 좋은 팀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새 팀을 찾았지만, 삼성을 떠나야했던 순간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배영섭은 2010년대 초반 삼성 왕조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이었다. 경찰 야구단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한 후 팀에 복귀를 했는데, 그 사이 박해민, 구자욱 등 후배들이 치고 올라왔고 잘치고 잘달리던 배영섭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도 방출 결정은 많은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었고, 1군 경기에도 매시즌 수십경기씩 뛰며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배영섭은 이에 대해 "시합도 못나가고, 부진한 것에 대해 핑계댈 생각은 없다. 내가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번 방출 결정은 내가 초심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 새 팀을 못찾았을 때는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SK 소속이 됐으니 마음을 다잡고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밝혔다.
배영섭은 "이제 아기가 둘인 가장이다. 현실적으로 큰 동기부여가 된다. 목표도, 특별한 각오도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악착같이, 매순간 허슬플레이하는 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SK는 나에게 기회를 주신 고마운 팀이다. 악착같은 플레이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배영섭은 마지막으로 마무리 캠프에서의 훈련에 대해 "기본기 위주로 다시 다져나가고 있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아웃-인 스윙 궤도로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여기서 간결한 인-아웃 궤도를 만들고 있다. 나에게 매우 잘 맞는 느낌이다. 야구가 잘 됐을 때 잊었던 걸 다시 떠올리는 기회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고시마(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