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첫 인상은 강렬하게 남아 각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1년 방송된 'K팝스타 시즌1', 꾸밈 없이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던 소녀. 대중이 기억하는 백아연은 이름처럼 순백의 이미지였다.
벌써 7년이 흘렀다. 그 사이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2015), '쏘쏘'(2016), '달콤한 빈말'(2017) 등의 히트곡을 만들어내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음악적 성장을 이뤘지만, 여전히 백아연은 '소녀'의 이미지로 남아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 신보는 성인식과도 같은 앨범이다.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아픔이 아닌, 무너져내리는 고통을 노래하면서 성숙해진 감성을 보여주는데, 직접 겪은 이별의 경험을 녹여냈다는 점이 포인트다.
"그동안 저의 발라드는 덤덤한 표현이었던 거 같아요. 감정이 과하게 실리지도 않았죠. '힘들지만 견딜 수 있다'는 감정을 표현해왔는데, 이번에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감정을 표현했어요."
무려 1년 6개월만. 오랜만에 만난 백아연은 소녀가 아닌 '여성'이었다.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의상과 메이크업도 한몫 했지만, 자신의 앨범을 이야기하는 태도부터 곡을 이해하는 깊이까지,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오랜 만에 하는 컴백이라 떨리기도 하고...음 좋아하는 발라드 앨범으로 컴백하게 돼서 기분이 좋아요. '달콤한 빈말' 활동 이후에 꾸준히 곡 작업 계속 하고 있었고, 대만에서 팬미팅을 진행했고, 올해 5월에는 디즈니 콘서트 무대에 섰어요. 많은 시간을 곡 작업에 몰두 했던 거 같습니다."
이번 타이틀곡 '마음아 미안해'는 사랑에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는 브릿팝 장르의 곡. 백아연의 섬세한 목소리는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기타와 드럼, 베이스, 피아노 연주와 어우러져 듣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이런 느낌의 곡을 정말 하고 싶었어요. 아마도 전에 했더라면 어려서 감정 표현이 안 되고 노래 했을 때 집중이 안 됐을 거 같아요. 좋은 시기에 좋은 곡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전의 발라드를 불렀을 때보다 성숙해졌고, 제가 많이 성장했다는 점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가사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로 자연스러운 공감을 끌어내는 것은 물론, 자신의 아픔을 꺼내놓는다는 것 자체로 위로를 전하는 모습 역시도 그의 성장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지점이다.
''마음아 미안해'는 나에게 전하는 위로이며 셀프 힐링을 하는 곡이에요. 제가 얼마 전 짧은 연애를 했는데...그게 생각해보면 가장 나다운 연애였던 거 같아요. 헤어진 사람을 생각하며 곡 작업을 하다보니까 집중도 잘 된 거 같습니다."
'나다운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번 연애는 어리광 부릴 수 있을 때 어리광 부리고, 사소한 것 때문에 기분 나쁘면 참아내지 않고 '이것 때문에 기분 나빴어, 너는 어떻게 생각했어?' 그런 대화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내 이야기를 많이 해서 '나다운 연애'라고 느낀 것 아닌가 싶어요."
이번 '마음아 미안해'에서는 그간의 스타일과는 다른 감정을 표현한다고.
"그동안의 발라드는 덤덤하게 표현했던 거 같아요. 감정이 과하게 실리지도 않았죠. '힘들지만 견딜 수 있다'는 감정을 표현했는데, 이번에는 무너져내리는 감정을 표현했어요. 연습할 때 소리를 예쁘게 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녹음을 할 때 감정에 더 신경 쓰게 됐고... 감정이 실리지 않으면 노래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녹음을 진행했다는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박진영 PD님이 신경 굉장히 많이 써주셨어요. '다 울고 난 다음에 힘이 없을 때 하는 혼잣말 처럼 불러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제 노래를 듣고는 '아직 울 힘이 남아있는 여자처럼 느껴진다'고 말씀하셔서 녹음을 세 번 정도 다시 했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서서 했는데 정말 힘이 다 빠진 것처럼 앉아서 힘없는 자세로 노래하니까 감정이 더 잘 살아났던 거 같아요."
마인드 자체도 성숙해졌다. 앞서 백아연은 컴백 때마다 호성적을 거둔 바. 하지만 이번에는 성적에 대한 부담도 내려놨다고.
"예전에는 순위가 좋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다 내 탓인 거 같고..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었죠. 이 앨범은 준비를 오래 해서 그런지 이제는 놔줘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들어서...순위가 좋지 않아도 앨범이 나온 것 자체만으로도 후련한 마음입니다."
가수로, 인간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있는 자신을 뒤돌아보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가수 되고 싶은 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친구처럼 편한 가수가 되겠다고 말했었는데, 제가 부른 노래가 많은 분들께 공감을 이끌고 어느 계절에 들어도 불편하지 않게 제 노래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수로서 차근차근 잘 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joonam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