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실수였다.
3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플레이오프 4차전. 0-2로 뒤지던 6회말, SK 와이번즈는 김택형을 마운드에 올려 넥센 히어로즈 타선과 맞섰다. 경기 후반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넥센의 공격을 막고 상위 타선으로 연결되는 7회초 추격의 불씨를 당기고자 하는 의도였다.
선두 타자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준 김택형은 박병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그러나 제리 샌즈에게 중전 안타를 맞으며 1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손 혁 SK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김택형을 안정시켰고, 임병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넥센은 1점을 짜내는 쪽을 택했다. 스퀴즈 작전이 걸렸고, 임병욱은 김택형의 초구에 번트를 댔다. 그런데 타구가 3루쪽 좌측 라인으로 느리게 굴러갔고, 달려나온 포수 허도환이 이를 낚아챘다. 이미 3루 주자 서건창이 홈으로 스타트를 끊은 상황, 허도환은 3루수 나주환에게 송구해 런다운 상황을 만들었다. 한가운데 놓인 서건창이 주루사 직전에 몰렸다.
그런데 누구도 생각지 못한 장면이 튀어나왔다. 서건창이 3루로 돌아가다 다시 방향을 틀자, 나주환이 홈 플레이트 커버에 들어온 김택형을 향해 송구하려다 스탭이 꼬여 넘어졌다. 나주환이 재차 송구를 시도했으나, 공은 김택형의 글러브가 아닌 홈플레이트 뒤로 굴러갔다. 서건창은 서서 홈을 밟았고, 그 사이 샌즈가 2루를 돌아 3루까지 진루했다. 번트를 댄 임병욱은 2루에 안착했다.
SK 벤치는 김택형을 불러들이고 정영일을 마운드에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어진 타석에서 정영일이 김하성에게 좌전 적시타를 내주며 샌즈가 홈인, 또다시 실점했다. 1점을 막으려다 2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나주환의 송구 실책은 SK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