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민지를 만났다.
이민지는 지난 2009년 영화 '이십일세기 십구세'로 데뷔해 독립영화 등에서 주목받아온 배우다. 지난 2012년에는 영화 '늑대소년'에 출연했고, '꿈의제인'(2017)으로 주인공을 맡아 2018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드라마에는 지난 2014년 웹드라마 '썸남썸녀'로 발을 들인 뒤 JTBC '선암여고 탐정단'(2014)에서 활약했고, tvN '응답하라1988'(2015), MBC '로봇이 아니야'(2017)를 통해 주목받았다. 지난 31일 종영한 tvN '백일의 낭군님'(노지설 극본, 이종재 연출)에서는 송주현의 끝녀 역을 맡아 홍심(남지현), 원득(도경수)와 함께 호흡했다.
이민지는 "너무 기분이 좋다. 사전제작 드라마도 처음이고 사극도 처음이었는데 실시간 모니터를 못하다 보니 감을 못잡지 않나. 궁은 어떻게 나올지도 전혀 모르던 상태였고. 그런데 촬영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서, 시청률이 안나와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됐다는 마음이었는데 5%만 나와도 잘된거라는 말을 했는데 첫 방송이 5%가 나와서 너무 놀랐다. 마지막까지 시청률이 너무 잘 나와서 다같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게 촬영한 현장이라 잘 전달돼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좋기도 한데 아쉬움이 더 큰 거 같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작품을 계속 하는 사람들이지만, 이 좋은 사람들이 한번에 모일 일이 이제 없잖나. 만나도 개개별로 만나게 되고 그러는데 이 사람들이 언제 다같이 뭉칠까를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작품 성공의 비결은 뭐였을까. 그는 "정말 모르겠다. 아직도 모르겠는데 저희는 찍을 때 마냥 재밌었고, 우리끼리 재밌는 것도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찍은 거 같고. 스태프들도 예쁜 화면을 위해 전국을 돌며 찍었으니, 가볍게 봐주시면 좋겠다는 것이 통해서 먹힌 거 같다. 어르신들이 많이 봐주시는 거 같더라. 그것도 한 몫을 한 거 같고, 그거 말고는 이렇게 잘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하면 운이 따랐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감독님도 말씀하셨다. 사람 운이 너무 좋았다. 감독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었다"고 밝혔다.
이민지는 촬영장에서의 추억에 대해 "매번 재밌다. 송주현은 매번 재밌다. 아전 선배님(이준혁)이 너무 재밌다. 촬영 대기할 때는 각자 차에서 대기하는데, 저희는 다같이 우르르 그늘로 가서 바닥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얘기도 하고 그랬다. 거의 모든 대기시간을 얘기하면서 보낸 거 같다. 그 복장으로 카페 가서 얘기하고 그랬다. 선배님들도 성격이 좋으시고, 또래들이야 금방 친해지는 것이 가능한데 선배님들은 연기하면 살갑게 간다고 해도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이 있다. 저희 현장에서 가장 나이 많은 선배님이 안석환 선배님인데 선배님부터 너무 서글서글하시니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송주현 사람들은 그렇다고 치고, 궁에 간적이 없으니까 만나면 어떨까 싶었는데 정말 우연한 기회에 대기실에서 분장할 때 인사만 했는데 살갑게 해주셨다. 조성하 선배님은 진짜 무서우시면 어쩌지 했는데, 현장에서 보시자마자 '끝녀야' 이러시면서 송주현 가고 싶다고 하시더라. 먼저 다가와주셔서 너무 좋았다. 선배님들도 재밌는 분들이 많았다. 궁 사람들도 둘러모아서 얘기하고, 송주현도 그랬다. 얘기하면서 보냈다. 연기얘기도 하지만 잡담이 많다. 건강 얘기부터 시작해서 결혼하신 분들이 많다 보니 비상금을 어떻게 모으는지도 얘기하고 정말 재밌게 놀았다"고 말했다.
이민지는 "애드리브도 많이 했다. 짠 것도 있지만, 아전 선배님은 컷마다 애드리브가 다르게 나와서 저희가 방심을 할 수 없었다. 저희 것을 다 찍어도 어떤 걸 하실지 궁금해서 구경했던 거 같다. 서로 다른 장면에서 '이런 거 해보라'고 하기도 하고, 구돌이가 애월이를 보면서 저한테 뺨을 맞는 신 같은 경우에는 경수가 얘기했다고 하더라. 남 얘기라고 '뺨 맞으면 어떠냐'고 하더라. 다른 친구들 장면도 애드리브나 재밌을 장면을 얘기하고 그랬다. 그러면서 놀았다"고 말했다.
37도의 폭염 속에서 촬영한 이민지는 "화장이 다 지워질 정도였다. 구돌 오빠도 장작패는 장면에서 벗지 않아도 되는데 덥다면서 벗더라. 리딩하고 첫촬영 때까지 패딩을 입었는데, 중반 이후에 다시 패딩을 입는 시즌이 와서 3계절을 이 작품과 보내게 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현장에선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었다. 보조출연자들까지 함께 사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고생해서 촬영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민지는 상대역이던 김기두에 대해 "전작도 함께했는데 그때는 이렇게 붙지 않았었다. 그런데 안심이 된 것이 새작품을 하면 새 배우들을 만나니까 걱정을 하는데 기두오빠가 남편이라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민지는 송주현 내에서 가장 얌전한 처녀 끝녀로 등장했다. 그는 "제가 웃긴 연기를 잘 하면 좋았겠지만, 제가 하면 이상하게 튈까봐 주어진 대본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했다. 끝녀는 얄미워보이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본만 봤을 때는 친구 남편인데 원득이보고 잘생겼다고 하고 그래서 '큰일나겠다'고 생각했다. 팬의 마음이라는 것을 최대한 표현하자고 생각했다. 절친인데 '감히 절친의 남자를?'이런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지는 "저는 정말 팬의 마음으로 봤다. 경수 멋있다고 생각했다"며 연기할 때 만큼은 도경수에게 진심이었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아쓰남'이란 단어도 잘 몰랐다. 신조어를 몰라서 지현이한테 줄임말을 많이 배웠다. 지현이가 대학생이다 보니 저는 대학과 거리가 많이 멀어져서 현장에서도 선배님들한테 '버카충 뭔지 아세요'하고 그런걸 막 묻고 그랬다. 그런데 지현이가 비웃고 있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민지는 또 "신조어뿐만 아니라 시대에 맞게 대사를 바꿔야 하니, 3D업종도 3고직종으로 바꿔서 나오니 대본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제일 관건이었다. 아무래도 현실에선 외래어를 사용하니까 자칫 '짱'이런 말이 나오면 큰일나니까 입조심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며 "저는 역시 서민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궁의 말투는 너무 힘들 거 같았다. 다행히 송주현이란 마을이 진짜 있는 마을이 아니라 가상이고, 사투리도 '제대로 하라'는 게 아니라 충청도랑 전라도를 섞어서 썼으니까 만화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사투리도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말만 이상하게 하지 않으면 편하게 하면 된다고 해서 너무 편했다"고 말했다.
이민지가 연기한 끝녀는 만삭의 연기까지 펼친 인물. 그는 "아기가 딸이었다. 사실 율이의 버프를 받아서 직책이 높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의 결말이 '백일의 낭군님'과 딱 맞는 거 같다. 동화처럼 행복하게 살았다는 얘기다. 욕심은 시즌2, 시즌3까지 이어가면 좋겠다. 어쨌든 끝녀로 나와야 하니까 애엄마일 거다. 홍심이 아들과 끝녀의 딸을 결혼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싶다. 홍심이 아들 낳게 만들기 대작전이다"고 말했다.
'백일의 낭군님'은 지난 31일 역대 tvN 드라마 중 시청률 4위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퇴장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백일의 낭군님' 마지막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14.4% 최고 16.7%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마지막까지 압도적인 시청률로 지상파 포함 전체 월화드라마 최강자에 오른 것. 또한 최종회 시청률은 역대 tvN 전체 드라마 시청률 중 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유료플랫폼, 전국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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