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올해 포스트시즌을 가장 길게 즐기고 있다. 지난 16일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벌써 보름이 넘도록 '가을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체력은 떨어졌을 지언정 선수들의 사기는 여전히 뜨겁다. 젊은 선수들은 피곤에 절어 있으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더 싸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 넥센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젊은 선수들의 투지와 성장. 그로 인해 계속 만들어지는 새로운 대안들. 한 두명의 고정된 스타가 팀을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얼굴들이 계속 튀어나와 숨겨둔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지난 30일 플레이오프 3차전 때는 한현희, 주효상 배터리가 모처럼 맹활약했던 날이다. 5⅓이닝 2실점을 기록한 한현희는 승리투수가 되면서 데일리 MVP를 거머쥐었다. 주효상도 선발 포수로 9회까지 안방을 지켰다.
비록 MVP는 한현희가 차지했지만, 주효상의 활약상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9회까지 혼자서 선발 한현희 뿐만 아니라 뒤에 나온 오주원-안우진-이보근-김상수 등 팀의 필승조 라인업과도 매우 안정적인 호흡을 과시했다. 1점차 리드를 잃을 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6회초 1사 만루, 8회초 무사 2루 등. 그 때마다 필승조의 위용이 빛을 발했는데, 사실 그 빛나는 투구를 뒷받침한 건 주효상이었다. 투수의 호투 뒤에는 반드시 포수의 역할이 있게 마련이다. 주효상이 같이 위기를 넘겼다고 봐야 한다.
타격에서도 0-1로 뒤지던 2회말 2사 2, 3루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초반 기세를 뒤집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록 하나 뿐이었지만, 적시타의 임팩트가 상당히 컸다. 주효상의 모처럼 공수에서 제 몫을 확실히 해준 날이었다.
이런 주효상의 활약상은 단순히 이번 포스트시즌 뿐만 아니라 넥센의 미래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주효상은 주전 김재현의 백업이자 한현희 선발 때 전담 포수의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어쩌면 팀의 주전 포수로 나서야 할 수도 있다. 김재현이 이번 가을을 끝으로 입대를 예정해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효상이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경험을 많이 쌓고, 특히 좋은 활약으로 자신감을 키울수록 넥센의 미래는 밝아진다고 할 수 있다. 장정석 감독은 3차전 승리 후 "4차전 때도 주효상을 선발 투입할 계획"이라며 큰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넥센은 또 한명의 포수를 키워내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