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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 '득점권 괴물' 샌즈, 장정석이 원했던 미친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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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득점권에 강한 타자 제리 샌즈가 큰 경기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넥센 히어로즈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0대6으로 승리했다. 정규 시즌을 4위로 마친 넥센은 단판승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넥센은 오는 19일부터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시작한다.

타자들 중 가장 돋보인 선수는 단연 샌즈다. 3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샌즈는 4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4타점 2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KBO리그 가을야구 첫 경험이지만, 자신감은 실력으로 입증됐다.

첫번째와 두번째 타석 범타로 물러난 샌즈는 세번째 타석부터 터졌다. 넥센이 어렵게 2-2 동점을 만든 5회말 1사 1,3루 찬스가 찾아왔다. KIA가 투수를 양현종에서 임창용으로 교체했다. 샌즈는 임창용을 한번도 상대해보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투수를 상대로 스트라이크 2개를 차분히 지켜봤다. 그사이 1루 주자 서건창이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주자 2명이 모두 득점권에 있었다. 볼을 커트하며 원하는 공을 기다린 샌즈는 풀카운트에서 7구째를 타격했다. 이 타구는 유격수 맞고 좌익수 방면으로 흘러나가는 2타점 2루타가 됐다. KIA 유격수 황윤호의 수비가 아쉬웠지만, 애초에 타구 자체가 빠르고 잡기 힘들었다. 넥센이 4-2로 역전에 성공한 순간이다. 2루에 도착한 샌즈는 동료들이 환호하는 1루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했다.

끝이 아니었다. 추가 실점으로 5-5 동점이 된 7회말 다시 샌즈의 '한 방'이 터졌다. 서건창의 1타점 2루타로 넥센이 6-5 리드를 되찾으면서 분위기가 살아났고, 샌즈가 바뀐 투수 김윤동의 초구를 타격해 좌월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분위기를 완벽하게 끌고오는 점수였다.

지난 8월 대체 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샌즈는 '클러치 히터'다. 정규 시즌에 25경기만 소화했지만, 안타 27개 중 12개가 홈런이다. 또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율이 1할4푼3리(42타수 6안타)에 그친 반면, 주자 있는 상황에서 4할7푼7리(44타수 2안타), 득점권에서는 5할2푼4리(21타수 11안타)로 강해지는 '득점권 괴물'이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누군가 미쳐주길 기대한다. 특히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샌즈가 바로 그 역할을 해냈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