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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태양의 눈물', 허무하게 추락한 국보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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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수 선발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잘 했다고 생각한다."

4일 서울 도곡동 KBO회관.

기자회견 단상에 선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떨어지려는 눈물을 애써 참고 말을 이어가는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 되어 있었다.

이날 KBO회관은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히 들어찼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벌어진 야구 대표팀 선수 선발 논란을 향한 국민적 관심을 대변하기에 충분한 장면. 몰려든 취재진 탓에 KBO 관계자들이 자리를 새로 만드는 등 분주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양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선 감독은 플래시 세례 속에 잔뜩 굳은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준비해온 원고를 읽었다. 그는 "그간의 지나친 신중함이 오히려 많은 의문을 낳은 것 같다"며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그 어떠한 청탁,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날선 질문들이 쏟아졌다. 논란의 당사자인 오지환(LG 트윈스) 선발 과정, 선수 선발 당시 회의록 존재 여부에 대해 선 감독은 차분하게 입장을 밝혔다. 회의록, 녹취록 존재 여부를 두고 질문이 이어지자 KBO 관계자가 해명하는 일도 벌어졌다. 선 감독은 상기된 얼굴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는 듯 했다.

아쉬운 감정까지 억누를 수는 없었다. 선수 선발에 대한 감독의 고유 권한에 대한 지적을 묻자 선 감독은 "다 제 잘못"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금메달이 성과에도 기뻐하지 못한 지난 한 달 간의 소회를 두고는 "지금 생각해보니 좀 더 빨리 이 자리에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한 뒤 "저는 선수 선발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현역 시절 선 감독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국보 투수'라는 별명이 뒤따를 정도였다. 지도자로 전향한 뒤에도 코치, 감독을 거치며 KBO리그 2연패의 성적을 올리는 등 성공한 야구인으로 정착했다. 그동안 쌓아 올린 영광의 추억은 한 순간의 논란 속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