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KIA 타이거즈전. 0-0이던 2회말 KIA 한승택이 삼성 선발 백정현이 던진 시속 140km 직구를 때려 왼쪽 펜스 너머로 보냈다. 그런데 3회초 2점을 따라간 삼성이 바로 만루 홈런으로 응수했다. 강민호가 2사 만루에서 KIA 선발 헥터 노에시가 던진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중월 역전 홈런으로 연결했다. 삼성의 6대5 승리로 이어진 한방이었다. KIA는 만루 홈런으로 흐름을 타는 듯 했는데, 만루 홈런으로 무너졌다.
같은 날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SK 와이번스전. 1-2로 뒤지던 4회말 SK 한동민이 2사 만루에서 조쉬 린드블럼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오른쪽 관중석에 꽂았다. 분위기를 끌어온 SK는 14대2 대승을 거뒀다.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풀 베이스, 만루. 한방이 경기 흐름을 바꿔놓을 때가 많다. 타자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보니, 허탈하게 돌아설 때도 많다. 득점 확률이 높으면서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내상이 큰 게 만루 찬스다.
10일 현재 올 시즌 599경기에서 총 40개의 만루 홈런이 나왔다. KT 위즈가 8개로 가장 많았고, SK와 롯데 자이언츠가 7개씩, KIA와 한화 이글스가 5개씩 쳤다. 반면 넥센 히어로즈는 아직까지 1개도 없고, NC 다이노스는 1개, 두산 베어스와 삼성이 2개씩 기록했다.
그랜드슬램의 짜릿한 손맛을 가장 자주 맛 본 타자는 채태인(롯데)이다. 3개를 때렸다. 송광민(한화)과 멜 로하스 주니어(KT), 김현수(LG), 한동민(SK)이 2개씩 쳤다. 올 시즌 34명이 만루 홈런을 경험했다.
만루 홈런보다 더 중요한 게 득점타. KIA, 두산, 넥센이 만루 타율 3할 이상-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KIA가 3할9푼3리-123타점, 두산이 3할7푼9리-116타점, 넥센이 3할4리-117타점을 마크했다. 넥센은 만루에서 홈런은 없지만, 찬스를 효과적으로 잘 살린 셈이다. NC는 만루 타율이 2할2푼6리로 '꼴찌'였고, 타점은 83개로 9위였다. LG는 타율은 2할9푼4리로 중위권이었는데, 타점은 70개로 가장 적었다. 만루 기회가 100번이었는데, 가장 많은 넥센(167번)과 대비된다.
피말리는 5위 싸움중인 삼성은 넥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55번의 만루 기회가 있었지만 꾸준하게 살리지 못했다. 만루 타율 2할7푼6리-108타점에 최다인 18번의 밀어내기 볼넷을 골랐는데, 병살타도 13개로 가장 많았다.
상대 투수가 만루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타자는 오재원(두산), 채태인, 김현수가 아닐까.
오재원은 만루에서 15타수 10안타-타율 6할6푼7리-1홈런-19타점, 채태인은 12타수 7안타-5할8푼3리-3홈런-21타점, 김현수는 7타수 6안타-8할5푼7리-2홈런-16타점을 기록했다. 이택근(넥센)은 15타수 7안타-4할6푼7리-16타점, 한동민은 9타수 4안타-4할4푼4리-2홈런-16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반면, 김상수(삼성)와 이재원(SK)은 만루에서 각각 3개의 병살타를 쳤다. 특히, 이재원은 만루에서 1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