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시작됐다.
최강희 전북 감독(59)의 중국 슈퍼리그 진출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 중국 프로축구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중국 슈퍼리그 소속 몇몇 구단에서 최 감독을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흐르고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나오는 소문이긴 하다. 그러나 루머 내용이 꽤나 구체적"이라고 귀띔했다.
소문의 진원지는 선수들이다. K리그 모 구단의 A선수가 B선수에게 "최 감독님께서 내년 중국 팀으로 가시는데 나와 수비수 D선수를 데려간다고 하더라"라는 얘기를 전했다. 이 소문을 들은 B선수는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전달했고 루머는 순식간에 진실인양 퍼져나갔다. 또 최 감독을 원하는 중국 구단들은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조건을 내걸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공교롭게도 최 감독이 최근 중국을 다녀온 것도 소문을 키운 원인이 됐다. 최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초청을 받아 지난 4일 중국 상하이로 떠나 지도자 포럼에 참석한 뒤 7일 귀국했다. 당시 포럼에는 K리그 대표 최 감독을 비롯해 중국 슈퍼리그 8팀, 이란 2팀, 일본 2팀 등 ACL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감독들이 모였다. 특히 각 구단 단장들도 포럼에 찾아와 인사를 나눴다. 최 감독의 중국 진출설이 사실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최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아마추어 경기를 보러 갔는데 지인들이 나보다 더 구체적인 루머를 얘기하더라. 매년 나오는 소문이라 웃고 넘기려고 했는데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터무니없는 소문이다. 이제부터 K리그 우승을 향한 중요한 시간이 시작되는데 심리적으로 팀을 흔들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혀를 찼다.
최 감독은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감독 중 한 명이다. 2005년 여름부터 10년 이상 전북을 이끌며 두 차례 아시아 정상에 섰다. K리그 우승트로피에도 5차례 입을 맞췄다. 무엇보다 K리그를 넘어 아시아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닥공(닥치고 공격)'을 창시하면서 전북을 아시아 최고의 클럽 중 한 팀으로 올려놓았다. 과거 전북이 K리그 중하위권 팀이었을 때는 선수와 팀을 만드는 지도자였다면 아시아 톱 클래스 반열에 오른 현재에는 '밀당의 고수'로 평가받는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쥐락펴락하며 개성 넘치는 스타들을 '원팀'으로 만든다.
이런 최 감독을 가만 놓아둘 리 없다. 최 감독이 중국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전북이 K리그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부터 매년 나오는 얘기다. 2년 전에는 실제로 제안도 받은 바 있다. 중국 국영기업이 운영하는 상하이 상강에서 최 감독에게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심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당시 최 감독은 술 한잔을 마시며 깔끔하게 미련을 털어버리고 전북 잔류를 택했다. 최 감독은 "전북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내가 데려온 선수들이다. 나를 보고 온 선수들을 놓아두고 갈 수 없다. 중국으로 떠나는 건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고 고백했다.
결론적으로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그러나 기분 나쁜 소문은 아니다. 세계적인 명장을 데려오는 중국에서 최 감독의 이름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소문의 확대, 재생산은 이뤄지면 안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