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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터지면 한국축구는 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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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확실히 '스타'다.

누구보다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선수다. 이승우는 항상 그 기대에 부응했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그랬다.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한-일전에서,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메시 빙의골'이 그랬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터졌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전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어진 광고판 세리머니까지, 이승우는 스포트라이트 받는 법을 알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도 그렇다. 이승우는 화려하다. 염색도 즐겨하고, 귀걸이도 하고 다닌다. 자신을 꾸미는데 주저함이 없다. 잘생긴 외모에 톡톡 튀는 개성, 그리고 요즘 팬들이 좋아하는 '스웨그'를 지닌 이승우를 향해 10대 소녀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웬만한 아이돌 인기 저리가라다. 8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오픈트레이닝데이는 이승우를 위한 무대였다. 팬들은 그를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것은 물론, 밤샘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손짓 하나하나에 소녀팬들은 열광했다.

스타성은 확실히 입증됐다. 그의 인기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기가 실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경기력이다.

냉정히 말해 이승우는 아직 A대표팀에서 자리잡지 못했다. 이승우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엔트리에 '깜짝' 승선하며 처음으로 A대표팀에 입성했다.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 '코리안 메시'라 불리며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늦은 승선이었다. 데뷔전이었던 5월28일 온두라스전(2대0 승)에 선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인 이승우는 이후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스웨덴, 멕시코전에 교체 출전해 44분을 뛰는데 그쳤다. 출전 후에도 팬들의 기대만큼 임팩트를 보이지 못했다.

사실 이승우는 활용하기 애매한 스타일이다. 포지션 상으로 측면과 중앙 중 어느 한쪽을 택하기 쉽지 않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는 압도적인 기술로 커버했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여전히 피지컬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이탈리아 진출 후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아시안게임에서도 상대의 강한 몸싸움에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방만 믿고 기용하기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 성인 무대에서 이승우가 주로 조커로 활용되는 이유다.

이승우는 이제 이 벽을 넘어야 한다. 한국축구는 빠르게 세대교체의 길을 가고 있다. 경험만 놓고 보면 이승우는 이제 더이상 막내가 아니다. A대표팀에서도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칠레전이 중요한 이유다. 2선 주전 경쟁을 펼치는 손흥민(토트넘) 이재성(홀슈타인 킬) 남태희(알두하일)는 코스타리카전에서 벤투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황희찬(함부르크) 문선민(인천)도 확실한 장점이 있다.

이승우도 자신만의 장점을 보여줘야 한다. 좌우 윙백이 넓게 벌리고 그 안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좁혀서 플레이하는 벤투식 스타일에서 이승우가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승우의 드리블과 센스는 확실한 무기다. 이승우까지 자리잡으면 벤투 감독의 옵션은 더욱 늘어난다. 이승우가 터지면 한국축구도 더 웃을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