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투지와 성취 의지, 그리고 그에 걸맞은 실력에 비해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23)은 스타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소 말수도 별로 없고, 자기 스스로를 드러내기 보다는 팀 플레이에 충실하려는 태도가 약간 그렇게 비춰진 듯 하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그는 이미 KBO리그를 대표하는 공수 겸장의 유격수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그런 김하성의 입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이벤트였다. 향후 최소 10년간 국가대표 유격수는 김하성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그는 말하자면 과거 박지성과 비슷한 유형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김하성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 있다. 바로 경력이 쌓일수록 실력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그는 홈런 1개만 추가하면 3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한다. 잔여 경기가 20개나 남아 있어 이변이 없는 한 기록 달성이 확실시 된다. 5개를 추가하면 지난해 세운 자신의 커리어 하이(23홈런)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사실 3년 연속 20홈런 자체가 그렇게 특별한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데뷔 5년차의 만 23세라는 김하성의 조건을 첨부하면 매우 특별한 기록으로 바뀐다. 만 23세에 3년 연속 20홈런 커리어를 달성한 이가 KBO 역사에서도 매우 드물고, 그 기록을 세운 사람들이 엄청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꾸준함의 상징'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데뷔 5년차, 만 23세인 2005년 23홈런으로 3년 연속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또 그에 앞서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이 데뷔 5년차이자 만 23세였던 1999년에 53개의 홈런으로 3연 연속 30홈런의 금자탑을 쌓은 것이 확인된다.
지난해까지 2연 연속 홈런킹에 오른 최 정(SK)도 데뷔 8년차이자 만 25세였던 2012년에야 처음으로 3년 연속 20홈런 고지에 올랐다. 잠재력이 다소 늦게 피어난 박병호(넥센)나 김재환(두산)은 그 시기가 한참 늦는다. 김하성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자연스럽게 확인되는 부분이다.
특히나 김하성은 올해 이처럼 공격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도 수비에서 한층 더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1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실책을 10개 밖에 하지 않았다. 풀타임을 소화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40경기와 144경기에서 21개씩 실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41경기에서 18개로 약간 줄었다. 올해 다시 그 절반 수준으로 실책이 감소했다. 김하성이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 측면에서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굳이 소리내 외치지 않아도, 그는 이미 KBO리그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