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는 타점 부문서도 상위권에 드는 경우가 많다. 해서 홈런왕이 곧 타점왕이 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헌데 올시즌에는 타점 경쟁에서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전형적인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타점 부문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눈에 띈다. LG 트윈스 채은성이다.
채은성은 10일 현재 102타점으로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106타점)을 4개차로 추격중이다. 채은성이 21홈런, 김재환이 36홈런을 기록중인 점을 감안하면, 채은성의 타점 능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LG는 1982년 프로 출범 이래 홈런과 타점 타이틀 홀더를 아직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는데, 올시즌 채은성이 타점 부문서 욕심을 내볼 만한 상황이다.
채은성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후 시즌이 재개된 지난 4일 이후 6경기에서 6타점을 쏟아냈다. 8~9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한 홈 2연전에서는 2타점, 1타점을 각각 추가했다. 특히 8일 경기에서는 1회말 1사 1,3루서 우월 2루타를 쳐 선취점을 뽑아냈고, 4-1로 앞선 8회에는 2사 2루서 좌전적시타를 날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의 타점은 대부분 영양가 만점이다.
채은성은 홈런 부문서는 공동 16위에 랭크돼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홈런수에도 타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역시 찬스에서 해결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의미한다. 채은성의 득점권 타율은 3할8푼7리(137타수 53안타)로 이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시즌 타율 3할4푼2리보다 4푼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주자가 있을 때의 타율도 4할(235타수 94안타)이나 된다.
LG 입장에서 최근 채은성의 활약이 더욱 반가운 것은 김현수의 부상 이탈 때문이다. 김현수는 지난 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수비를 하다 오른쪽 발목 인대 부상을 입어 3주 진단을 받았다. 간판 중심타자가 장기간 빠지게 되면서 공격력 약화를 우려하던 류중일 감독은 채은성의 맹활약 덕분에 걱정을 조금은 덜고 있다. 김현수가 부상을 입기 전, LG 중심타순은 3번 김현수, 4번 채은성이었다. 앞서 김현수가 4번을 칠 때 채은성은 5번에 배치됐다. 채은성이 출루율 높은 김현수의 뒤에서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채은성은 공격 각 부문서 이미 커리어 하이를 넘어섰다. 2009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채은성은 2014년 1군에 데뷔해 2016년 주전을 꿰차고 타율 3할1푼3리, 9홈런, 81타점을 올리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올시즌 타율, 홈런, 타점서 커리어 하이를 넘어 리그 최정상급 수준의 타자로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부진을 겪었던 채은성은 올해 하체의 움직임을 줄이며 간결한 스윙으로 바꾸면서 한층 강력한 타자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를 중심타선에 기용한 류 감독의 선택도 옳았다고 볼 수 있다.
채은성이 타점 경쟁에서 김재환을 따라잡기는 사실 쉽지 않다. 최근에도 연일 장타력을 뽐내며 홈런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재환은 채은성보다 3경기 많은 25게임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채은성이 지금처럼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시즌 끝까지 타점 경쟁을 흥미롭게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