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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결산]'하나일 때 더 강했다'AG단일팀은 남북관계에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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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남북단일팀, 코리아로 다시 만납시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조직위(IOC) 위원장은 1일 밤(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의 밤' 행사에 참가했다. 토마스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남북단일팀 선수들의 성과를 치하한 후 2년 후 도쿄올림픽에서도 남북단일팀에 대한 지지, 희망을 표했다. 바흐 위원장은 "이곳에서 여러분은 역사를 쓰고 있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남과 북은 평창에 이어 또다시 스포츠의 하나된 힘을 보여줬다. 평화와 우정,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코리아팀으로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 도쿄에서도 남과 북이 한반도 평화의 상징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의 말대로 2018년 겨울, 평창에서 시작된 스포츠를 통한 남북평화의 첫 걸음은 2018년 여름 ,자카르타에서 진일보했다.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국제대회 공동진출'을 결의한 후 첫 대회였다. 6월 1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공동참가에 합의했고, 6월28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결정에 따라 자카르타-팔렘방에서 남북은 여자농구, 카누 용선, 조정 등 3개 종목에 남북 단일팀을 결성했다. 7월29일 북한 선수단 34명이 진천선수촌에 내려올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아시안게임 개막이 채 3주도 남지 않은 상황, 성적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둬야 하는 것 아닐까 했다.

결과는 상상이상이었다. '코리아(COREA)'의 이름으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아시안게임 참가국 45개국 28위다. 참가국 중 무려 15개국이 금메달을 단 1개도 따지 못했다.

남과 북은 함께일 때 강했다. 그저 함께 한다는 의미를 넘어 냉정한 경기력 측면에서 시너지를 보여줬다. 1일 중국과 팽팽한 혈투끝에 은메달을 따낸 여자농구 이문규 대표팀 감독은 남북단일팀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중국도 단일팀이 이렇게 센 팀이라는 호된 맛을 봤을 것"이라고 했다. "한민족이 한팀으로 경기를 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만족한다. 한 민족으로서 민족의 힘을 합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의미 있다. 이런 기회가 또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류 가능성을 암시했다. "북측에 좋은 선수들이 더 있다고 들었다. 감독 입장에서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같다"고 했다. 여자농구 주장 임영희 역시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농구팬들에게 '로브론'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북한 에이스 로숙영은 "남과 북이 함께하면 이렇게 결승에도 함께 오를 힘이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라며 웃었다.

남녀 용선은 금메달1개, 동메달 2개의 눈부신 성과를 냈다. 남측에 와서 '용선'을 처음 봤다는 이들이 20일간 하루 12시간씩 죽을 힘을 다해 손발을 맞추더니 금메달의 기적을 썼다. 8월 25일 여자용선 200m에서 동메달, 국제대회 남북단일팀 첫 메달을 따냈다. 26일 여자용선 500m에선 국제대회 단일팀 사상 첫 금메달의 역사를 썼다. 한반도기 아래 한목소리로 '아리랑'을 합창하며 진한 눈물을 흘렸다. 27일 남자 남북단일팀도 질세라 용선 10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최근 답보 상태를 걷고 있는 남북 관계에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단일팀의 눈부신 쾌거는 새로운 동력이다. 한민족은 함께 할 때 더욱 질겨지고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스포츠를 통해 새삼 확인했다. 남북이 함께 할 때 국제무대에서 스포츠 경쟁력은 더욱 강해진다. 침체된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방향성,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리룡남 북한 내각 부총리가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함께 손을 맞잡고 남북 단일팀을 격려했고, 남북단일팀이 달리는 조정장 농구장 관중석에서 이 총리, 도종환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함께 환호했다. 남북 고위 인사들이 가슴 벅찬 스포츠 현장에서 수시로 눈을 맞추며 대화를 이어갔다. 도 장관은 "김 체육상과 함께 노를 저으며 '평화를 위해!' 했더니 김 체육상이 '번영을 위해!'"라고 하더라"고 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만큼 신뢰가 쌓였다.

정부는 북측에 2020년 도쿄올림픽 단일팀을 일찌감치 제안했다.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교류, 합동 훈련, 공동선발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바흐 IOC 위원장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바흐 위원장에게 2032년 남북 하계올림픽 공동개최도 제안했다. 평창에서 자카르타로, 평양에서 서울로,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길은 계속 이어진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