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대학축구]눈물 많은 감독-독기 품은 스트라이커가 만든 우승

by

"아, 잠시만요."

사령탑으로서 첫 우승컵을 거머쥔 김강선 호남대 감독(39)이 눈물을 훔쳤다.

김 감독이 이끄는 호남대는 27일 강원도 태백종합경기장에서 펼쳐진 중앙대와의 제49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 결승에서 5대2로 승리했다. 무려 19년을 기다린 우승. 호남대는 1999년 이후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경기 뒤 김 감독은 "영광"이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김 감독의 눈물 속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었다.

그는 약관의 선수 시절인 1999년, 호남대의 추계대회 첫 우승을 이끈 주인공이다. 그는 당시 호남대 유니폼을 입고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영광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김 감독의 축구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2년 전남 소속으로 프로에 입문했지만, 두 시즌 동안 6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다. 연이은 피로골절로 남들보다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힘든 시절,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모교' 호남대였다. 그는 2015년 코치로 호남대에 돌아왔고, 2017년 지휘봉을 잡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는 체력훈련 등 기본에 충실했다. 빠른 템포로 경기를 풀어가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결실은 2018년 추계대회 우승으로 이어졌다. 호남대는 첫 경기에서 중원대에 패하며 흔들렸지만, 정상에 오르며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선수로서 우승했고, 감독으로 또 한 번 우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꿈만 같아요. 사실 피로골절로 수술을 하면서 선수 생활을 오래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도자로 들어선 뒤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있어요. 전국에 정말 좋은 지도자 선배들이 많은 만큼,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눈물 많은 감독을 정상에 세운 원동력은 다름 아닌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 중에서도 한석희는 특별했다. 한석희는 결승에서만 2골을 넣으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석희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사실 고등학교 때 오른십자인대 수술을 한 뒤 공백이 있었다.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아서 '그만둬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믿어주신 덕분에 조급해하지 않고 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대회는 그에게 터닝포인트나 마찬가지였다. "대회를 앞두고 우선지명(강원)에서 풀렸다. 자극제가 됐다. 독기를 품고 했는데, 우승을 해서 정말 기쁘다."

눈물 많은 감독과 독기 품은 스트라이커가 합작해낸 19년 만의 우승. 호남대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김 감독과 한석희는 입을 모아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은 만큼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태백=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결승 결과

호남대 5-2 중앙대

◇시상 내역

우승=호남대

준우승=중앙대

최우수선수=강우진(호남대)

득점상=한석희(6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