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1기가 공개된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27일 9월 평가전에 나설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한다. 대표팀은 9월7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각각 평가전을 치른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다. 신태용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21일 한국땅을 밟았다. 22일 K리그 관전과 23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명단부터 본인의 생각을 담길 원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대표팀이 치른 러시아월드컵 예선과 본선 경기를 봤다. 일단 월드컵에 나섰던 선수들이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벤투 감독 역시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이 주요 멤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은퇴를 고려 중인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발탁할 예정이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몸상태가 좋지 않아 이번에는 뽑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변화도 감지된다. 벤투 감독은 두차례 K리그 현장을 찾았다. 21일 서울-포항, 25일 상주-전북전을 지켜봤다. 기술위원회의 추천을 바탕으로 깜짝 발탁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도 발탁될 것이다. 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분석한 결과, 월드컵 예선에 나섰지만 본선에 가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든 선수들을 관찰한 후에 소집할 것이다.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번 소집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K리그에는 눈에 띄는 별들이 있다. 먼저 골키퍼 중에는 서울의 '수호신' 양한빈이 있다. 양한빈은 현재 K리그 최고의 골키퍼다. 리그 활약으로만 한정하면 조현우(대구)보다도 낫다는 평이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서울을 말그대로 혼자 이끌고 있다. 슈팅방어는 물론 수비리딩, 페널티킥 방어에 빌드업 능력까지 갖췄다.
월드컵 내내 한국축구의 고민이었던 좌우 윙백에는 대안이 생겼다. 윤석영(서울)과 정우재(대구)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K리그에 복귀한 윤석영은 클래스를 과시하고 있다. 서울의 왼쪽 고민을 날린 윤석영은 활발한 오버래핑과 정확한 크로스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빌드업이 눈에 띄는데, 경기가 풀리지 않을때는 중앙으로 이동해 연계에 나설 정도다. 수비에서도 물샐틈 없는 모습이다. 정우재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K리그팬들이라면 엄지를 치켜올리는 선수다. 3-4-3을 쓰는 대구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는 정우재는 스피드와 힘을 앞세워 불도저 같은 돌파력을 보이고 있다. 기동력도 좋아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용(전북)을 제외하고 전문 윙백이 부족한 한국축구에 힘이 될 수 있는 선수다.
미드필더에도 지켜볼 선수가 있다. '경남의 캉테' 최영준과 '강원의 엔진' 정석화다. 최영준은 경남 돌풍의 핵이다. 말컹과 네게바는 대체할 수 있어도, 최영준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최영준은 경남 수비의 중심이자 공격의 시발점이다. 엄청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포백을 보호하고, 공격 시에는 공격의 방향을 설정한다. 매경기 한두차례 이상 번뜩이는 패스를 보여줄 정도로 공격력도 좋아졌다. 정석화는 강원의 에이스다. 제리치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경기를 푸는 것은 정석화의 몫이다. 스피드와 침투력이 좋다. 중앙은 물론 측면도 소화할 수 있다.
공격진에서는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포항)가 있다. 포항 사정상 미드필더로 기용되고 있지만, 김승대는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 중 하나다. 라인을 깨는 능력은 여전하다. 벤투 감독이 지켜봤던 서울-포항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눈도장을 찍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