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 옷이 다 젖었다."
12일 포항구장에서 만난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날 오후 그라운드에서 배팅케이지에 선 타자들의 타격 훈련 장면을 잠시 지켜본 직후 취재진을 만난 김 감독은 흠뻑 젖은 옷을 가리켰다.
이날 포항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 포항을 비롯한 경북 지방엔 오전부터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습도까지 치솟으면서 포항구장은 거대한 '찜통'으로 변했다. 시내 거리도 문을 꼭 닫은 차량만 오갈 뿐 인적은 드물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폭염 경보와 함께 '야외 활동 자제' 권고를 내릴 정도였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앞둔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시작부터 '날씨와의 싸움'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열리는 저녁 전까지 준비를 마쳐야 하는 상황. 몸도 풀지 않고 경기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삼성은 가장 더운 여름 날씨를 자랑하는 대구 연고팀이다. 하지만 굳이 더위를 이겨내려 하진 않았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삼성 선수들은 간단한 스트레칭과 배팅케이지에서의 타격 훈련을 간단히 진행한 뒤 실내 훈련장으로 향했다. 더그아웃 한켠에 놓여진 얼음물통은 금새 동이 났다. 선수들 스스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 등으로 실전을 대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은 "포항 경기를 여름에 치르고 있는데 , (포항구장이) 인조 잔디 구장이라 경기하는데 힘이 든다. 차라리 포항 경기를 시즌 초에 하거나 시즌 말미에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롯데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스트레칭-타격 및 수비 연습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같았지만 시간은 짧았다. 더운 날씨 속에 서서 굳이 힘을 뺄 이유는 없었다. 롯데 선수단도 이날 평소보다 일찍 훈련을 마치고 실전 준비에 돌입했다.
포항의 폭염은 후반기 예고편에 불과하다. KBO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거쳐 오는 17일부터 재개된다. 여름의 절정으로 향하는 시기. 기승을 부리는 폭염이 선수들의 진을 빼놓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고 농을 친 조원우 롯데 감독은 "무더위가 지속되면 컨디션 관리 뿐만 아니라 실전 집중력도 점점 떨어질 것"이라며 "훈련량 조절이나 포지션 별 로테이션 등 돌파구를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