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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을 위한 변명, 벤치의 움직임은 적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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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은 삼성 라이온즈 선발 윤성환에게는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 윤성환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초반 4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면서 KBO리그 역대 통산 19번째로 1700이닝을 채웠다. 이런 누적 기록은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윤성환이 그만큼 긴 시간 마운드에서 꾸준히 버텨왔다는 걸 증명한다. 1700이닝을 단순히 계산하면 170이닝씩 10년을 꼬박 던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윤성환은 이 기록을 오로지 삼성 유니폼 하나만을 입은 채 달성했다. 이 역시 의미가 있다. 역대 삼성 투수 중에서 1700이닝 이상을 기록한 건 윤성환이 두 번째다. 첫 번째 기록 달성자는 지금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한 때 라이온즈의 대표 얼굴로 여겨졌던 배영수다.

19일은 삼성 라이온즈에게도 특별하면서 기쁜 날이 될 수 있었다.

이날 삼성은 2회말 선두타자 다린 러프의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대거 6점을 뽑아내며 기선을 잡았다. 마침 3회쯤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비가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비의 양은 적었다. 그런데 이 비가 시간이 갈수록 기세를 높여갔다. 결과론이지만, 삼성이 초반 리드를 조금만 더 유지했다면 다른 날의 절반 정도의 노력으로 1승을 따낼 수도 있었다. 이날 경기가 결국 5회까지만 진행됐기 때문이다. 5회부터 빗줄기는 눈에 띄게 굵어졌고, 결국 심판진은 5회가 끝난 뒤 일시 중지를 선언했다가 끝내 최종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5이닝을 모두 마친 터라 공식 경기로 인정됐다. 6대6 무승부였다.

윤성환은 6점차 리드에서도 3이닝을 못 버텼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1이닝을 버티지 못한 셈이다. 4회까지 1안타 2사구로 무실점 호투를 하더니 5회 들어 갑자기 제구가 무너지면서 3볼넷 2안타(홈런, 2루타)로 순식간에 5실점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나온 한기주가 김동엽에게 동점 솔로포까지 얻어맞았다. 삼성의 무승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우선적으로 윤성환의 이해할 수 없는 제구 난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윤성환은 앞선 2경기에서 연거푸 8실점을 하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었다. 노쇠화와 기량 저하의 기미가 뚜렷이 감지된다. 뜻 깊은 기록 달성에도 불구하고, 윤성환의 퇴보는 삼성의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윤성환만의 책임으로만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5회 대량 실점의 와중에서 삼성의 벤치 움직임은 너무나 무력했다.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윤성환이 투구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대 하위타선을 상대로 안하던 연속 볼넷을 줬을 때 벤치는 더 적극적으로 흔들리는 선발을 도와줘야 했다. 물론 오치아이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하긴 했다. 그럼에도 윤성환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어쩌면 대기록을 세운 선발 윤성환의 체면을 지켜주려다가 교체 타이밍을 놓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변명이 안된다. 결국 선수 뿐만 아니라 팀의 승리도 한꺼번에 날아갔기 때문이다. 결단의 타이밍이 너무 느렸고, 결과적으로 경기를 통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삼성은 무승부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진 것이나 다름없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