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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강백호 효과 보려면, 3~4번 부진 탈출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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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1번' 카드는 분명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더 큰 성공을 거두려면, 중심 타선이 지금과 같아서는 안된다.

KT 위즈 김진욱 감독은 최근 신인 타자 강백호를 1번 타자로 내세우고 있다. 줄곧 1번에 대한 고민이 컸던 KT다. 공격의 포문을 여는 1번은 보통 발이 빠르고, 컨택 능력과 출루율이 높은 타자들이 맡는다. 도루 센스도 갖춰야 한다. 현재 KT 멤버 구성상 완벽한 '베스트'를 찾기 쉽지 않았다. 심우준과 오태곤 등 다양한 1번 카드를 맞추던 김진욱 감독은 강백호를 낙점했다.

줄곧 2번 타자로 출전해왔던 강백호지만, 다행히 1번 옷이 잘 맞는다. 강백호는 올 시즌 1번타순에서 타율 3할6푼9리(65타수 24안타)-6홈런-14타점으로 2번타자로 나섰을때보다 월등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1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답답했던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은 타자가 강백호였다. 형들이 병살, 범타로 물러나는 와중에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우중간을 가르는 시원한 2루타를 때려냈다. 이후 유한준의 내야 땅볼때 KT의 경기 첫 득점까지 올렸다.

김진욱 감독은 "강백호가 1번으로 나서면 상대가 받는 느낌이 다르다. 선발투수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또 백호가 타석에 서있는 모습이나 경기중 보여주는 강한 자신감이 벤치에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분명히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서 "생각보다 발이 느리지도 않다. 지금은 부상 우려를 줄이고자 도루 사인을 따로 내지는 않지만, 강백호가 타격 슬럼프를 겪고나서 1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있다"며 기운을 불어넣었다.

비슷한 이유로 최근 다른 팀들도 1,2번에 강한 타자들을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KT의 경우 중심 타선의 파워 회복이 우선이다. 6월 들어 KT의 3번 타순, 4번 타순에 선 타자들의 타격 성적은 리그 최하위다. 3번타자로 나선 타자들의 총 성적이 1할1푼1리(36타수 4안타)에 불과하고, 4번 타순은 1할2푼5리(40타수 5안타)로 부진하다.

멜 로하스 주니어, 박경수, 황재균 등 중심에 배치되는 타자들의 타격감이 뚝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부상에서 복귀한 유한준도 아직 감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최근 10경기 타율 4할8푼6리(35타수 17안타)를 기록 중인 윤석민이 5번 타순에서 분전하고 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12일 두산전에서도 이 패턴이 그대로 반영됐다. KT는 0-2로 뒤지다 어렵게 2-2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 후반 찬스만 놓고 보면 두산보다 KT가 훨씬 더 잦았다. 그러나 찬스마다 번번이 땅볼, 뜬공, 병살타로 찬물이 끼얹어졌다. 6회초 박기혁의 2루타와 강백호-로하스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지만 유한준의 병살, 황재균의 내야 땅볼로 결국 역전에 실패한 KT는 마지막까지 추가점을 내지 못했고 9회말 불펜이 끝내기 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1번 강백호'는 분명 매력적이다. 또 선수 본인도 더욱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회심의 선택이 더욱 빛을 보려면 중심 타선의 부진 탈출이 우선이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