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해숙(63)이 지난해 위안부 피해자를 연기해 많은 울림을 전한 선배 나문희(77)에 대해 "죄송하다"고 고백했다.
역사상 단 한 번,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흔들었던 관부 재판 이야기를 다룬 휴먼 실화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 수필름 제작)에서 문정숙(김희애)의 도움으로 일본 사법부에 당당하게 맞서는 배정길을 연기한 김해숙. 그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허스토리'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하관)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허스토리'는 일본군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낸 유의미한 관부(하관-부산) 재판 사건을 스크린에 완벽히 옮겨냈다. 특히 매 작품 명품 연기를 선보인 김해숙은 '허스토리'에서 고통과 분노에 얼룩진 위안부 피해자의 감정을 깊이 있게 연기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덤덤하지만 묵직한, 또 강한 울림을 전하며 보는 이들의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든 것.
지난해 9월, 명품 연기로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그려낸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의 나문희에 이어 올해엔 김해숙이 '허스토리'를 통해 감동과 여운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날 김해숙은 나문희에 대해 "민규동 감독이 이 시나리오를 제일 먼저 내게 준 것이라고 들었다. 오래전부터 이 영화가 만들어진다는걸 알고 있었던 중 '아이 캔 스피크'라는 작품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나문희 선생님은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배우,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나문희 선생님이다. 그래서 '아이 캔 스피크'를 너무 보고 싶었다. 어떻게 연기하셨는지 너무 보고 싶었는데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참았다. 영화를 못 본게 아직도 나문희 선생님께 죄송하다. 하지만 볼 수 없었던 이유가 '아이 캔 스피크'를 본다면 내 자신이 너무 흔들릴 것 같았다. 오로지 '허스토리'의 배정길에만 집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걸 내려놓고 연기해야 했고 배우로서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고민했다. 배우로서 기초적인 자존심, 욕심을 다 내려놨다. '아이 캔 스피크'를 본다면 오히려 '허스토리' 작품에 독일 될 것 같아서 보지 못했다. 배정길을 품은 김해숙을 보여주고 싶었고 또 표현하고 싶었다. 집에서도 IPTV로 몇 번 보려고 시도를 했는데 시청하기 버튼을 누르려다 다시 리모컨을 내려놓기를 여러번 했다. 많이 주저했다. '허스토리'에 집중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여러가지 너무 힘든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김해숙은 "나문희 선생님께 너무 죄송했는데 이제 볼 수 있게 됐다. '허스토리' 개봉 이후 꼭 '아이 캔 스피크'를 보고 나문희 선생님의 연기에 다시 한번 빠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스토리'는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김준한, 이유영, 이지하 등이 가세했고 '간신' '내 아내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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