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8)를 열고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발표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적용되는 운영체제 차기버전은 'iOS12'다. iOS12는 가장 최신 운영체제인 iOS11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향후 출시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기존 출시 모델 중 아이폰5S 이상 모델의 두뇌 역할을 맡게 된다.
애플은 iOS12의 성능 개선과 함께 차별화 된 기술력 활용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카메라로 비추기만 하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강화된 증강현실(AR)은 기본이고,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 비서 '시리(Siri)'의 성능 강화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 스마트폰을 접목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중독을 막기 위해 iOS12에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기능까지 탑재했다. 그동안 추가되는 혁신적인 기술력만을 강조하던 스마트폰 제조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WWDC 2018에서 iOS12의 기능 중 가장 강조한 것은 '모바일 중독'을 방지하는 '앱 리미츠(App Limits)'다. 앱 리미츠는 스마트폰 앱을 많이 사용했다면 자신만의 기준을 설정해 사용 제한을 거는 기능이다.
가령 인스타그램을 하루 한 시간으로 설정해 두면 한 시간이 지나는 순간 앱이 작동되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거나 유튜브 시청 등의 제한도 가능하다. 최근 모바일 중독과 미디어 중독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져 발생하는 사고를 사전에 막고 정신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앱 리미츠 기능을 이용하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같은 방식의 제한선을 그어주고 폰 사용을 통제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엔 아예 '다운타임'을 설정해 모바일 기기를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앱 사용시간은 주간 단위 통계(위클리 서머리)로 확인할 수 있으며 결과에 따라 자신만의 '모바일 루틴'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스스로 모바일 기기에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도록 습관을 형성하는 데 효과적이란 게 애플의 설명이다.
애플의 주요 주주들이 과도한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이 청소년 정신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편지로 써 애플 경영진에 전달한 것에 대한 '화답'인 동시에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모바일 중독 방지를 위한 기능을 도입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중독이 될 수 있는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최근 첨단기능 활용에 대한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건전한 IT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OS12가 적용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앱 시작 속도는 40% 가량 높아진다. 키보드 작동 속도는 50%, 카메라 구동은 70%가 빨라진다. AR의 기능도 대폭 향상됐다. AR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덧씌워 보여주는 기술을 뜻한다.
빠른 구동 속도와 AR기능 향상은 스마트폰을 생활 일상 속으로 한발 더 가까워지게 만들 수 있다. 스마트폰만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파악이 가능하다. 애플이 모바일 중독을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인 듯 보인다.
iOS12의 AR 기능은 픽사(Pixar), 어도비(Adobe)와 협업해 만들어졌다. 그동안 제공했던 AR보다 현실성이 더욱 뛰어나다. 특히 물체를 카메라 앱에 놓으면 치수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등 단순 정보 확인부터 세부정보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AR 화면을 여러 명이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가상의 화면을 여러 명이 볼 수 있게 되면 실시간 게임이나 집 수리와 같은 공동 작업이 가능해진다. 애플은 WWDC 2018에서 2명의 이용자가 각각 아이패드를 들고 AR 기반의 '새총싸움'을 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iOS12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으로는 미모지(Memoji)도 있다. 지난해 아이폰X(텐)에서 처음 선보인 이모티콘 '애니모지'는 동물·만화 캐릭터의 얼굴로 사용자 표정을 따라했다면 미모지는 사용자 얼굴과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S9 시리즈에 도입한 것과 비슷한 기능이다. 영상통화인 '페이스타임'은 기존 2명에서 한꺼번에 32명까지 통화가 가능하도록 개선됐고,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에는 사용자의 말을 잠깐 녹음해 곧바로 들려주는 워키토키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됐다.
iOS 12버전을 통해 개인정보 보안을 강화한 것도 눈길을 끈다. 애플은 사파리의 강화된 인텔리전트 추적 방지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허가 없이 추적하는 댓글 위젯이나, SNS의 '좋아요' 나 '공유하기' 버튼을 차단한다.
음성비서 시리의 업데이트는 단 한 번의 명령으로 여러 개의 동작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숏컷(shortcut)'에 초점을 맞췄다. 이용자에 맞게 한 단어로 구성된 명령어를 만들고 나면 사전에 등록한 여러 기능들을 명령 한 번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가 시리보다 더 간결하게 대답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점을 인식한 조치로 보인다.
한편 애플은 iOS12를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 신형 제품에 탑재될 예정이며, 6월말 베타 버전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