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진짜 믿어도 될까.
KT 위즈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그 니퍼트의 모습으로 말이다.
니퍼트는 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 7이닝 2실점 호투로 6대3 승리를 이끌었다. 2회 김동엽에게 투런포를 맞았으나, 니퍼트의 실투가 아니었다. 그 외 투구는 말 그대로 '퍼펙트'였다.
먼저 직구 구속. 최고 시속 154km를 찍었다. 최고 구속도 중요하지만, 경기 내내 안정적으로 150km 내외 빠르고 힘있는 공을 던졌다. 이전 경기에선 최고 구속 150km 정도에 평균 140km대 중반 공이 많았다. 이날 경기에선 공에 힘이 느껴졌다. 두산 베어스 전성기 시절 그 직구였다.
그러자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위력도 배가 됐다. SK 타자들이 니퍼트의 직구-슬라이더-체인지업 패턴에 손을 쓰지 못했다. 타격감이 떨어졌다면 모를까, KT를 상대로 2연승을 달리던 SK 타선이었다. 니퍼트이 공이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탈삼진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기록이었다. 7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한 경기 12탈삼진은 종전 11탈삼진을 넘어선 개인 최다 기록이다. 니퍼트는 두산 소속으로 총 4차례 11탈삼진 경기를 했다. 가장 최근이 2016년 4월 20일 KT전이었다. 공교롭게도 KT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개인 2연승도 중요 체크 포인트다. 니퍼트는 지난달 2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3실점(2자책점) 호투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주 KT가 거둔 2승을 니퍼트가 모두 책임졌다. 삼성전 승리 후 KT는 4연패에 빠졌는데, 니퍼트가 연패를 끊어줬다. 시즌 첫 개인 2연승이기에 앞으로의 투구를 기대해볼 수 있다. 또 4일 휴식 후 등판해 더 좋은 공을 뿌렸다는 게 고무적이다. 올해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한 니퍼트는 그동안 철저하게 본인의 컨디션에 맞춰 등판 일정을 잡았다. 4일 휴식 후 등판은 4월 22일 삼성전 딱 한 번이었다.
지금까지는 니퍼트와 KT 모두에 힘든 시즌이었다. KT는 수준급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두산이 재계약을 포기한 니퍼트를 잡는 모험을 선택했다. 하지만 나올 때마다 니퍼트가 난타를 당하면서 팀이 흔들렸다. 어깨 통증 후 회복되지 않는 구위에 '이제 니퍼트도 한물 간 것 아니냐'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올해 9번 선발 등판 중 두 자릿수 안타를 내준 경기가 4번이 됐다.
사실 지난달 29일 삼성전 승리는 타선이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내줘 심리적으로 편했다. 또 니퍼트가 두산 시절부터 삼성에 워낙 강해 의구심을 완벽히 지운 경기는 아니었다. 때문에 니퍼트가 완벽히 정상 궤도로 올라왔는지 여부는 이번 SK전 투구 내용으로 판가름 할 수 있었다. 그 SK전에서 니퍼트가 시즌 최고 피칭을 한 것이다.
니퍼트는 이날 KBO리그 통산 98번째 승리를 따냈다. SK전 구위만 유지해준다면, 외국인 선수 최초 100승 기록 달성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듯 보인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