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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시즌최고 144km, 정우람 놀라움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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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다."

그가 올라오면 한화 이글스 응원석에서, 벤치에서, 그라운드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소리다. 리그 원탑 마무리 한화 이글스 정우람(33)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벌써 20세이브째(2승, 1.13)를 찍었다. 구원 2위 LG 트윈스 정찬헌(13세이브 3승3패, 2.89)과는 격차가 있다. '대방화 시대'에 홀로 남은 무결점 소방수.

놀라움은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정우람의 레이스는 이제부터가 진짜다. 오히려 더 뜨거워질 조짐이다. 정우람은 6월에 자신의 베스트 구속을 찍었다. 여름이 왔음에도 구위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우람은 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부산 원정경기에서 팀의 3대2 승리를 지켜냈다. 13개의 공을 던지며 무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20세이브째를 따냈다. 이날 정우람의 직구 평균구속은 142.2km, 최고구속은 144km였다. 올시즌 직구 평균구속이 142km를 넘은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직구평균 최저 구속은 3월 28일 NC다이노스전의 137.3km였다.

정우람은 올해 역대급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불펜 에이스' 정우람의 이름을 리그에 각인시켰던 최전성기, 2011년 SK 와이번스 시절(4승7세이브 25홀드, 94⅓이닝 평균자책점 1.81)보다 더 강력하다.

정우람에게 스피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강력한 볼회전수로 인한 위력적인 볼끝, 핀포인트 제구력, 타자들의 시선을 현혹시키는 날카로운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우람에게 직구는 가장 믿음직한 무기다. 정우람은 10개구단 마무리 중 볼 스피드가 가장 느리지만 직구 승부를 즐긴다. 매경기 직구 구사율이 66.3%다. 제2구종인 체인지업은 32.6%. 슬라이더(0.5%)와 커브(0.3%), 투심패스트볼(0.3%)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정우람은 직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투수다. 매경기 공격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데 직구만한 구종은 없다. 제구만 확실하고 볼끝만 좋으면 어떤 상황, 어떤 타자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럼 스피드까지 더 붙는다면? 타자들은 더 곤란해진다.

정우람이 여름이 왔음에도 구위를 유지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한용덕 감독의 확실한 관리다. 25경기에서 1이닝 이상을 던진 적은 두 차례(4월 25일 KIA 타이거즈전, 5월 22일 두산 베어스전)로 각각 1⅓이닝을 책임졌다. 투구수는 각각 23개, 12개로 많지 않았다. 3연투를 두 차례 했지만 워낙 효과적인 피칭을 하기에 투구수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두 번째는 확실한 불펜 동료들이다. 한화는 정우람을 필두로 안영명 송은범 박상원 서 균 김범수 이태양 장민재 등 8명의 리그 정상급 불펜진을 보여중이다. 모두가 필승조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3.17로 부동의 1위다. 정우람이 힘들면 다른 선수들이 막으면 된다. 정우람은 풍전등화인 팀사정 때문에 '자원등판'이라는 무리수로 혹사를 포장하지 않았도 된다. 2일 롯데전도 5일 휴식 뒤 올라왔다. 구위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한화의 불펜 선순환은 마운드가 가장 힘겨워한다는 여름 문턱을 슬기롭게 넘게 만드는 수레바퀴다. 정우람이라는 특급 마무리가 주는 안정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우람은 수치상으로는 51세이브 페이스다. 다소 부침은 있겠지만 대단한 일을 낼 조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