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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손예진 "'예쁜누나'가 고구마 멜로? 현실적이라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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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JTBC 금토극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마친 배우 손예진을 만났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그려가게 될 '진짜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은 안판석 감독의 서정적인 연출과 지극히 현실적인 대본, 그리고 손예진과 정해인의 찰떡 멜로 케미에 힘입어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었던 작품은 최고 시청률 7.3%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곳곳에서 패러디가 넘쳐났고 손예진과 정해인은 줄곧 드라마 출연 배우 브랜드 평판 1,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쯤되면 '예쁜 누나' 신드롬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이 화제작을 마친 손예진은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설렘에 가득찬 얼굴이었다.

"너무 많은 관심 가져주셨다. 드라마는 오랜만인데 대중과 같이 호흡하는 게 5년 만이다 보니 까마득했던 것 같다. 윤진아로 봐주셨던 것 같다.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영화는 우리들만의 작업이니까 피드백을 전혀 못 느끼면서 작업을 한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빠르고 뜨거워서 좋았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해야 하니까 흔들리지 않고 가야되는 게 중요한 지점이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윤진아 부모의 반대가 시작됐다. 서준희(정해인)의 집에 무작정 들이닥치는 등 격렬한 윤진아 모친의 반대가 시작되고 그로 인해 윤진아가 고통 받는 모습에 일부에서는 '고구마 전개'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진아라는 캐릭터가 어떤 사건이 있을 때 선택하는 것들에 있어서 반복되는 실수가 있다. 결과적으로는 실수일 수 있지만 진아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거다. 아픔을 겪으며 성숙하고 엄청나게 단단해지는 게 보통 캐릭터다. 우리가 바라는 것도 그런 캐릭터다. 하지만 사실 실제로 그런 사람은 별로 없다. 사실 어느 지점에서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그것을 갈망하니까 작품을 통해서 보고 싶은 거다. 우리가 하지 못하는 걸 봤을 때의 통쾌함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진아가 다른 건 보통 캐릭터와 다른 길을 걸었다. 이해가 안될 때도 있어서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했었다. 진아가 솔직하지 못했던 건 다른 이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진아가 짠했고 어느 지점에서는 나와 비슷했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캐릭터였다. 어느 정도 시청자 반응은 예상했지만 그게 아닌 게 매력적이라 선택했다.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아 캐릭터도 있지만 이 전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이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극 후반부, 미국에 같이 가자는 서준희에게 윤진아는 자신은 성장했다며 손을 잡지 않는다. 현실적인 이유로 이별을 택한 윤진아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공감했다.

"진아는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을 거다. 하지만 직장 친구 가족 등 하나도 수습된 게 없는데 갈 수 있었을까 라고 했을때 모르겠다. 나는 처음에 대본을 보고 감독님께 '왜 안 따라가냐. 그냥 따라가면 안되냐'고 했다. 그런데 진아를 이해해보니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사랑은 똑같으나 그외에서 오는 것들이 결국 두 사람을 분열시킨 거라고 생각한다. 진아의 말은 그런 걸 너무 알아버렸다는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진아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나도 대본을 보면서 진아의 저의를 고민했었다. 진아의 고민을 보여주지 않은 채 '준희에게 올인하지 않아'라고 경선이한테 얘기한 것도 '너가 걱정할 만큼 그러지 않아'라는 진아 식의 안심을 시켜주는 거다. 경선이를 혼자 두고 둘이 떠나버리지 못하는 진아의 마음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를 대놓고 친구에게 하지 못하는 진아다. 나는 마지막인데 허심탄회하게 모든 얘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들더라. 그런데 진아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진아를 연기하며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윤진아와 회사 상사와의 관계 또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회식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다음날 괜한 트집을 잡는 상사, 직장 내 성추행을 일삼는 상사 등 현실 세계에서 한두번씩은 직접 겪거나 이야기를 들었을 법한 캐릭터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녀보진 않았는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다 그려졌다. 진짜 직장생활이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위 직장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동료 혹은 상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큰 부분이더라. 봉차장님, 혹은 남이사님은 어딘가 있음직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 분은 너무 과한 거 아니냐고도 하시는데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느낌을 겪어본 사람들이 꽤 많은 거다. 되게 재미있더라. 실제로 그럴 것 같다는 상상이 돼서 간접 경험을 한 것 같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데이트 폭력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그리기도 했다.

"데이트 폭력 같은 경우는 작든 크든 공포를 느끼는 지점들이 있었을 것 같다. 뉴스를 보면 그런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무섭더라. 사랑했던 사람이 그렇게 돌변한다는 걸 예측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있음직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리얼한 스토리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호평을 받기도,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200% 공감하며 볼 수 있는 현실 멜로물이었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진아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처를 주는 선택을 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일 수 있고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우리의 치부일 수도 있다. 그것을 마주했을 때 사실 보기 싫다. 굉장히 리얼한 다큐를 봤을 때 생각이 많아져서 보기 싫을 때가 있지 않나. 진아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한국 드라마 여성 캐릭터로 많지 않아서 더 당황스럽고 보기 싫은 지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손예진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예쁜누나'로 하기로 했을 때 예쁜 것에 대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하실지는 몰랐다. '예쁜'이 외형적인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쳐지는 예쁜 인간이라는 얘기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재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제목은 크게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내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내 나이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것 같다. 내가 더 어렸거나 나이가 많았다면 이 상황들이 맞아떨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결혼을 하지 않은 30대 여성이 갖고 있는 공감대라는 게 있다. 진아가 나에게는 그 공감대적인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더 역할에 빠질 수 있었다. 엄청난 감정을 만들어서 하는 연기가 아니었다. 누구나 한번쯤 보고 듣고 겪어볼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 이 드라마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지금도 나한테 이렇게 큰 작품이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도 정말 많이 생각날 것 같다. 봄에 비가 오면 특히 생각날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